테러방지법 처리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회의장석을 '개방'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본회의장의 의장석에 의장단(국회의장 1명, 부의장 2명) 외에 다른 의원이 앉는 것은 사실상 헌정사상 처음이다.
국회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필리버스터가 나흘째에 접어들면서 의장단의 피로 누적이 심각하다는 지적에 따라 본회의장 사회권을 국회 상임위원장들에게도 주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필리버스터가 최악의 경우 다음달 11일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아울러 여야에 대해 빨리 합의하라는 압박의 의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회 사무처는 이날 오전 중에 상임위원장단에 공문을 보내 낮시간에 10여명의 여야 상임위원장들이 국회의장석에서 본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교대조'를 편성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야당 의원들이 하루 24시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동안 정의화 국회의장은 1시간 30분, 정갑윤·이석현 부의장은 각각 2시간씩 돌아가면서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사무실에 간이 침대를 둔 채 '비번'일 때 잠시 눈을 붙이고 있으나 체력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후문이다.
(연합)
현행 국회법에는 본회의 의사정리 권한은 국회의장에게 주고 부의장이 의장 직무대행 권한을 갖도록 하고 있으나, 필리버스터와 같은 예외적 상황에 대한 사회권은 따로 규정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 국회 의사과 관계자는 "필리버스터 규정이 도입됐을 당시 지금과 같은 상황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입법불비 상황이 발생한 셈"이라면서 "따라서 국회의장의 판단에 따라 의장석을 국회직인 상임위원장들에게 넘기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의장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야당 의원들이 허리 통증을 덜어주기 위해 연설대에 발받침대를 두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