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1시간을 일하고 버는 돈은 독일의 절반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가운데서는 22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최근 '일자리의 질'에 관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시간당 평균 소득은 2013년 현재 14.6달러로 22위였다.
(연합)
한국의 바로 위에는 슬로베니아(18.0달러)가 있다. 일본은 19.6달러로 20위였으며 이탈리아(19위·20.3달러), 뉴질랜드(18위·20.3달러), 스페인(17위·20.4달러) 등도 한국보다 순위가 높았다.
한국 다음으로는 이스라엘(13.0달러)이 23위였으며 그리스(12.3달러)와 포르투갈(12.0달러) 등의 순이었다.
주요 경제국 가운데 독일(31.2달러)은 6위였으며 프랑스(28.0달러)는 8위, 호주(26.7달러)는 10위였다. 미국(26.4달러)과 캐나다(26.2달러)는 각각 11위와 12위에, 영국(22.1달러)은 16위에 각각 올랐다.
톱 5는 유럽국가들이 휩쓸었다. 룩셈부르크(35.7달러)와 네덜란드(35.0달러)가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으며 스위스(33.5달러), 노르웨이(31.9달러), 덴마크(31.6달러)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시간당 소득이 가장 적은 나라는 멕시코(5.2달러)였으며 터키(8.5달러)가 그다음이었다.
칠레(9.2달러), 헝가리(9.5달러), 에스토니아(9.6달러) 등도 시간당 소득이 10달러 미만이었다.
PPP 기준 시간당 소득은 OECD가 각국의 물가와 환율 등을 고려해 산정한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는 2013년 기준이며 일부 나라의 통계는 이보다 2∼3년 전의 것이다.
한국의 순위가 중하위권인 것에 대해서는 노동시간이 긴데다 생산성은 낮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기본적으로 한국은 근로시간이 OECD 최장 수준"이라면서 "생산성도 낮아서 같은 시간을 일해도 급여가 적은 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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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임금 근로자와 자영업자 등 전체 취업자의 1인 평균 노동시간은 2014년 기준 2천124시간으로 34개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길다. 한국인은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독일(1천302시간)보다 1년에 4개월을 더 일하는 셈이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사회보장이 약해 아이들 키우고 노후 준비도 할 수 있도록 노동 투입량을 늘리게 유도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정시에 퇴근하지 못하고 불필요하게 야근하는 직장 문화 등도 노동시간을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변 실장은 "근로시간이 길면 아무래도 생산성이 떨어진다"면서 "근로시간 단축과 동시에 기업문화 개선, 일에 대한 근로자의 태도 변화 등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OECD 보고서의 '소득의 불평등'항목에서 한국(0.32)은 양극화 심화로 이스라엘(0.41), 미국(0.35), 터키(0.34) 등에 이은 4위였다. 소득의 불평등 정도가 덜한 나라는 이탈리아(0.11), 노르웨이(0.12), 벨기에(0.12), 덴마크(0.13), 핀란드(0.14) 등이었다.
한국은 PPP 기준 시간당 소득과 소득의 불평등을 포괄한 '소득의 질'에서 9.91점으로 33개국 가운데 23위였다. 이 부문에서 네덜란드(29.18)와 룩셈부르크(28.67), 스위스(28.52)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멕시코(3.94), 터키(5.61) 등의 점수는 낮았다.
'소득의 질'과 '노동시장의 안정성', '근무환경의 질' 등을 종합한 전반적 일자리의 질에서 한국과 벨기에, 캐나다, 체코, 프랑스, 아일랜드, 이스라엘, 일본, 멕시코, 네덜란드, 뉴질랜드, 슬로베니아, 스웨덴, 영국, 미국 등 15개국은 평균 성적을 받았다.
호주,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독일,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스위스 등 8개국은 좋은 성적을 받았다.
에스토니아, 그리스, 헝가리, 이탈리아,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스페인, 터키 등 9개국은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