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11일 부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조치훈 9단과 바둑을 두는 영상을 공개했다.
신 전 부회장이 운영하는 '롯데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한 SDJ 코퍼레이션의 입장' 국문 웹사이트(www.savelotte.com)에 올라온 영상에는 지난해 12월 4일 조치훈 9단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소공동 롯데호텔 집무실을 방문해 바둑을 두며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Yonhap/Youtube)
약 1분 분량으로 편집된 영상에서 신 총괄회장이 조치훈 9단에게 "지금 바둑 1위가 누구냐', '지금 어디 살고 있는가' 등을 묻는 모습이 나온다.
SDJ코퍼레이션은 영상과 함께 "신격호 총괄회장은 약 50년 전 당시 일본에서 바둑 유학 중이던 조치훈 9단을 만나 후원을 시작하며 바둑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기력은 아마 4단 정도로 알려졌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성년후견인제 관련 소송에서 여론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동영상 등 다양한 자료를 무리해서라도 공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총회나 이사회, 법원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해야 할 주장이 무조건 고령의 병약한 분을 앞세운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9일에도 일본어 웹사이트(
http://www.l-seijouka.com)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에 '롯데 창업자 신격호의 롱(긴) 인터뷰'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신 총괄회장은 이 영상에서 "경영권문제로 롯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롯데홀딩스(롯데그룹 지주회사격) 후계자에 관한 생각을 들려주십시요"라는 질문에 "장남인 신동주가 후계자이고 이건 일본, 한국 마찬가지 아닌가. 이것이 상식이다. 다른 사람이 하면 신용이 없어지게 된다"고 답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영상을 잇달아 공개하는 것은 성년후견인 심리를 앞두고 자신을 롯데 후계자로 지목하는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정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여론전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이 여러 정황에서 의심을 받는 상황인데다 동영상이 제한된 공간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 측 인사들에 둘러싸인 가운데 나온 진술을 편집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