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신청자 '표준'은 월소득 160만원 고졸 40세 男"
Feb. 10, 2016 - 15:16
By KH디지털1
감당할 수 없는 채무로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들의 표준은 월소득 200만원을 밑도는 고졸 학력의 40세 남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회생은 파산에 직면한 개인채무자가 3∼5년간 일정한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10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오수근 교수가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의뢰를 받아 작성한 '개인회생절차 이용 실태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5년 개인회생 신청자 212명 가운데 30∼40대가 전체 76%를 차지했다.
30대가 39.7%(87명)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36.4%(76명)로 두 번째였다. 이어 50대(15.3%), 20대(7.2%), 60대(1.4%) 등의 순이었다. 신청자 연령 평균은 40세였다.
전체 연령대 가운데 30대와 40대만 개인회생 신청 비율이 경제활동인구 비율 대비 16.9%포인트와 10.2%포인트씩 더 높았다. 이들이 다른 세대에 비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성별을 보면 남성이 139명, 여성이 70명으로 2대 1의 비율을 보였다.
학력 분포에서는 고졸자 비중이 57.5%로 가장 컸다. 고졸자 경제활동인구 비율(39.4%)을 크게 앞서는 것이다.
그다음은 대졸자(32%)인데 역시 경제활동인구 비율보다 3.5% 포인트 더 높았다. 중졸(5%), 전문대졸(4.5%), 초졸(1%)은 비중이 크지 않았다.
개인회생 신청자 중 상대적으로 고학력자 비중이 높은 것은 소득 감소 가능성이 저학력자보다 더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가구당 인원수는 평균 3.27명이었다. 가구당 인원수가 많을수록 개인회생을 신청할 확률이 높았다. 생활비가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신청자의 월평균 소득은 160만9천810원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월소득(228만8천원)보다 30%가량 적다. 정규직(256만6천원)보다는 비정규직(137만2천원) 소득에 가까운 점에 비춰 신청자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있다.
채무액은 평균 6천428만3천378원으로 월급여의 40배 달한다.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채무액(5천818만4천원)보다 700만원 가량 많은 것이다. 경제적 파탄이 채무액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소득과의 불균형에서 온다는 점을 엿보게 한다.
보고서는 "표본을 근거로 추정해보면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평균적인 인물은 고졸 학력에 3인 가족의 가장인 40세 전후 남성"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보통 5년간 전체 빚의 51%를 갚고 나머지를 면제받겠다는 변제계획을 법원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개인회생 같은 채무조정제도의 남용 가능성이나 채무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등을 우려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해당 사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중산층을 떠받치는 채무조정제도는 채무자는 물론 사회 전체에도 도움이 된다"며 "사전 규제를 완화하고 사후 규제를 강화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더 많은 사람이 제도를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이 시행된 2006년부터 2014년 말까지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한 인원은 62만9천여명인데 이는 신청 자격이 있는 전체 인원의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