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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성택 숙청, '김정일 유언'에 따른 것?

Dec. 12, 2013 - 14:25 By 윤민식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오론쯕)과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 (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숙청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긴 ‘유훈’에 따른 예고된 수순이었음이 확인됐다.

2008년 한차례 쓰러진 뒤 죽음을 예감한 김정일은 나이 어린 아들 김정은을 위해 당장에는 2인자인 장성택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김정은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장성택 숙청을 유언으로 암시했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는 12일 “김정일의 10월 8일 유훈과 북한이 이번에 장성택 숙청 사실을 공개한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서 내용을 보면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며 “김정일이 명시적으로 지목하지만 않았을 뿐이지 장성택을 염두에 두고 종파를 주의하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은 지난 2011년 사망하기 두달 전인 10월 8일 주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정•군 고위간부들을 불러 모아놓고 김정은의 앞날을 당부하면서 자신의 사후 북한의 대내외정책과 관련된 내용을 총괄한 이른바 ‘10월 8일 유훈’을 남겼다.

10월 8일 유훈으로 알려진 내용에서는 종파와 관련해 “우리당 역사에서 종파는 항상 있어왔으며 그놈들은 언제나 국가가 어려울 때 머리를 쳐들어 당의 분열을 꾀하곤 했다”며 “지금의 종파는 이전과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경계했다. 김정일은 또 “이전에 끼리끼리 무리를 지어 당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면 지금은 교활한 방법으로 뒤에서 동상이몽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장성택 숙청 결정서에서 “장성택은 앞에서는 당과 수령을 받드는 척하고 뒤에 돌아앉아서는 동상이몽, 양봉음위하는 종파적 행위를 일삼았다”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북한 매체에서도 자주 등장하지 않는 ‘보는 앞에서는 순종하는 척하고, 속으로는 딴마음을 먹는다’는 뜻의 양봉음위(陽奉陰違)와 동상이몽(同床異夢)은 완전히 일치하는 내용이다.

자본주의 확산 우려와 관련해서도 김정일의 유훈과 장성택 숙청 결정서는 판박이에 가깝다

김정일은 “자본주의식 개혁개방을 반대하는 것처럼 하면서 자기네들끼리는 그 필요성과 정당성을 논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김경희와 정은이는 이 점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정서 역시 장성택의 숙청 사유를 열거하면서 “장성택은 자본주의 생활양식에 물젖어 부정부패 행위를 감행하고 부화타락한 생활을 했다”고 비판했다.

‘장성택과 그 측근들이 경제문제와 관련해 김정은의 명령에 불복하고 당과 내각의 노선과 정책 집행을 방해하거나 태만했다’고 지적한 결정서 역시 장성택이 김정일이 유훈에서 경계한 자본주의식 개혁개방을 추구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김정일은 유훈에서 김경희와 장성택을 함께 묶어 언급했는데 이는 곧 김경희가 사망하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장성택을 내치라는 의미”라며 “김경희가 공개석상에 자주 나오지 못하는 등 건강이 예전 같지 못해지면서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장성택을 숙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



<관련 영문 기사>

Kim Jong-il behind Jang’s purging: analyst

The recent purging of North Korea’s former No. 2, Jang Song-thaek, may have been related to the instructions that country’s former leader Kim Jong-il left before he died, a South Korean think-tank said Thursday.

Lee Yun-keol, head of North Korea Strategic Information Service Center, pointed out that Kim had warned of a factional friction within the communist country on Oct. 8, 2011, some two months before his death.

“Although Kim Jong-il did not specify his target, he was mindful of Jang when he warned of factional frictions (before his death),” Lee said.

Kim also instructed his officials to follow his son Jong-un as the new leader and to rally around the ruling Workers’ Party.

Lee said that a warning from the late leader about the possible conflicts between sects was “shockingly similar” to Pyongyang’s official reasons for Jang’s removal from all posts. According to North Korea’s Korean Central News Agency, Jang “has played a double game by pursuing private interests and working to create a faction while pretending to obey the party and leader.”

Lee said the downfall of Jang, the once-powerful uncle of Pyongyang’s youthful leader, may have been intended by Kim Jong-il

“At the time (of his instruction) Kim Jong-il mentioned (his sister) Kim Kyong-hui and Jang together. This means he wanted Jang out of the picture in case Kim Kyong-hui dies or becomes ill,” Lee said.

(minsiky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