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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죽음과 사랑, 그리고 신데렐라의 성장 <레베카>

Jan. 31, 2013 - 09:42 By 윤민식

부유하고 멋진 영국 신사와 가난하고 어린 여자가 결혼한다. 신사는 이미 결혼했던 적이 있고, 완벽한 미인이었다던 예전 부인과는 사별했다. 신분의 차이와는 상관없이 사랑만을 믿고 결혼한 어린신부. 그는 과연 새로운 환경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과 히치콕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레베카>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화려한 웨딩마치 이후의 신데렐라에 관한 이야기일수도 있고, 평범하고 어린 소녀의 성장기이기도 하며, 상충하는 욕망과 죽음, 비밀이 뒤섞인 심리 스릴러이기도 하다. 

뮤지컬 배우 옥주현이 "레베카"를 공연하고 있다. (EMK Musical)


극은 평범한 여인인 ‘나’ (김보경, 임혜영) 가 영국의 신사 막심 (유준상, 오만석, 류정한) 과 사랑에 빠지며 시작된다. 상류층 애인과의 결혼은 ‘나’에게 평탄한 삶을 약속하는 듯 하지만, 막심의 대저택 맨덜리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태생이 가난한데다 나이까지 어린 ‘나’는 저택의 여주인으로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사투를 벌이게 된다.

화려하지만 어두운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맨덜리 저택은 영국작가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의 손필드를 보는 듯하다. <제인 에어>에 광녀 버사가 있다면, 맨덜리에는 과거에의 집착으로 저택을 쥐락펴락하는 여집사 댄버스 부인 (옥주현, 신영숙) 이 있다. 시종 창백한 표정의 그녀는 막심의 전 부인인 레베카를 병적으로 숭배하며, 옛 주인이 쓰던 잠옷, 수첩, 화분등을 보물처럼 간직한다.

저택을 지배하는 레베카의 망령과 대적하며 ‘나’는 생전 처음으로 타고난 평범함 이상으로 더 위대해지라는 요구를 받는다. 댄버스 부인이 죽음과 미화된 과거를 상징한다면, ‘나’는 그에 맞서는 사랑과 고통스럽지만 마주해야 할 현재를 대변한다. 모두로부터 완벽했다는 칭송을 받는 레베카와는 달리, 극 초반의 ‘나’는 숫기없고 자존감 역시 낮은 여인이다. 그랬던 그가 스스로의 한계를 깨고 나오는 계기는 다름아닌 절망한 남편을 향한 사랑이며, 이를 통해 ‘나’는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한 강한 모습으로 성장한다.

돋보이는 건 단연 댄버스 부인을 연기하는 옥주현이다. 작년 <엘리자벳>에서 아름답지만 불행한 왕비를 연기했던 그는 <레베카>에서 스산한 여인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옥주현은 신경증적인 인물의 몸짓과 눈빛, 말투의 미묘한 지점들을 여러번 반복하여 학습한 듯한 연기를 보여준다. 덕분에 댄버스 부인은 단순한 악녀가 아니라 욕망과 상실 사이에서 이성을 잃은 복잡다단한 여인으로 그려진다. 옥주현이 연기하는 댄버스는 광기에 사로잡혀 있을 때도 어딘지 모르게 애처롭다. 극 중 망자의 시신을 삼킨 검은 바다는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죽음의 메타포로서 기능하는데, 광기어린 댄버스 부인이 잔뜩 주눅이 든 ‘나’에게 물속으로 뛰어들 것을 종용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무대미술 역시 훌륭하다. 어두운 청색과 보라색을 함께 사용한 저택의 이미지와 거친 밤바다의 영상은 음습한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한다.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의 음악은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이며, 극을 관통하는 두가지 주제인 사랑과 죽음을 세련되게 봉합하여 구현해낸다. 다만 히치콕의 영화에서 두드러졌던 반전의 충격이 필요 이상으로 완화된 것은 아쉽다. 

3월 31일까지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코리아 헤럴드 이다영 (Claire Lee) 기자 (dyc@heraldcorp.com)

 

<관련 영문 기사>


The Making of ‘Rebecca’


By Claire Lee


Losing weight and getting facials were what it took the three men to play the leading role of “Rebecca,” one of the most anticipated musicals in the first half of the year.

“This is a role that requires wearing suits all the time,” said actor Yoo Jun-sang, who is sharing the role of an English aristocratic widower with actors Oh Man-seok and Ryu Jung-han.

“And you have to look good in them. So I can’t eat too much. Otherwise I wouldn’t look so good.”

It’s been more than a week since the opening of the musical, which is already receiving rave reviews from the public and the local press. Written by Michael Kunze and Sylvester Levay, the suspenseful musical is an adaptation of Daphne Du Maurier’s 1938 gothic novel of the same title. Kunze and Levay are well-known figures in Korea, as some of their other works, “Elisabeth” and “Mozart!” enjoyed wide popularity here last year.

With much humor and great enthusiasm, the star-studded cast of the musical met with reporters on Thursday and shared their experience in making the show. The three actors are sharing the role of a widower whose memory of Rebecca, his beautiful dead wife, keeps haunting him and his new bride. Yoo, Oh and Ryu constantly made fun of themselves throughout the media conference, in their efforts to praise each other.

“Oh, I really had to see a dermatologist and get some facials,” said Ryu Jung-han. “As you can see, these two fellows are just so good-looking. I wanted to be at least presentable compared to these two.”

Meanwhile, musical actress Oak Ju-hyun is making her first foray into villain’s territory with this noir musical. She plays Mrs. Danvers, a housekeeper who is obsessed with the memory of the widower’s dead wife.

During the press rehearsal on Thursday, Oak captivated the audience with her performance as the housekeeper, who tries to kill the widower’s new lover.

For Oak, whose previous roles include the princess-turned-slave Aida and the beautiful yet tragic empress Elisabeth, playing Mrs. Danvers was a fun challenge. “Mrs. Danvers is a supporting role, but her presence is very distinct throughout the show,” Oak told reporters.

“I personally really enjoyed reading the original novel by Daphne Du Maurier. The book made me really want to be a part of this musical, and allowed me to understand this character. The way I walk, speak and act as Mrs. Danvers is in fact inspired by the book.”

Du Maurier’s 1938 novel was made into its famous film adaptation in 1940, directed by Alfred Hitchcock.

“The modern stage and technology allow us to create something that is much more cinematic,” said Robert Johanson, the artistic director of the show.

“I think the people who have seen the movie will not be disappointed when they see a play that flows just like the movie. So we hope the audience will be satisfied including those who loved the movie or the novel. But it definitely is wonderful to get to hear people singing in addition ― that’s one thing that they don’t get in the book or in the film.”

“Rebecca” runs until March 31 at LG Arts Center in Yeoksam-dong, southern Seoul. Tickets range from 50,000 won to 130,000 won. For more information, call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