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간 병원 17곳 돌며 18차례 수면내시경 검사…약물과다로 결국 입원치료
경찰 "프로포폴 투약 기록, 병원간 공유 안 된다는 사실 노려"향정신성 의약품인 프로포폴을 맞으려고 하루에 수면내시경 검사를 세 차례나 받은 30대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및 사기 혐의로 A(36)씨를 검찰에 기소 의견을 달아 불구속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연합뉴스)
A씨는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서울 동작구와 영등포구 등의 병원 17곳에서 수면유도제인 프로포폴을 투여받고자 18회에 걸쳐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위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아 내시경 검사를 받고 싶다"며 병원을 방문해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으면서 1회당 8∼20㎖ 분량의 프로포폴을 투여받았다. 검사 결과 A씨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같은 병원에서 계속 검사받으면 의심받을 것을 우려해 6월 7일 하루에는 2시간 간격으로 병원 3곳을 돌며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기도 했다.
범행 당시 무직이었던 A씨는 "화장실에 가겠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3회분 진료비 20여만원을 내지 않고 사라진 혐의(사기)도 받았다.
경찰은 A씨가 프로포폴 투약을 목적으로 여러 병원에 다니는 것 같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주변인 조사와 관계기관 공조를 거쳐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약물 과다 투여로 현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환자의 수면내시경 검사 기록을 다른 병원에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노려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여받은 범행"이라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진희 교수는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된 사람들은 상습 투약으로 약물에 내성이 생기기 쉽다"며 "이들은 일반 환자가 투여받는 양으로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아 더 많은 투여량을 요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약물에 내성이 생겼더라도 개인별 치사량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상습 투여자의 경우 약물 효과가 나타나는 투여량이 치사량에 가까워질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