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침대에 부드러운 순면 이불, 대리석 모양의 고급스러운 벽지와 푹신한 소파가 있는 VIP룸.
평소 먹던 식사를 주지만, 입맛이 없을 때는 특식도 제공된다.
냉난방 시설은 물론이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황금 연휴를 보내기 안성맞춤이다.
역대 최장 추석 연휴를 즐기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특급호텔이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에는 사람이 머물 수 없다. 긴 연휴 귀성길에 오르거나 여행을 떠나는 주인들이 반려동물을 맡기는 애견호텔이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추석인 4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한 애견호텔은 반려견들로 북적였다.
이 호텔 16개 객실은 추석 연휴(9월 30일∼10월 8일) 예약이 한 달 전 이미 마감됐다. 하루 숙박비는 3만∼4만원이다.
이곳에는 폐쇄회로(CC)TV도 설치돼 있어 주인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반려동물의 상태를 24시간 살필 수 있다.
업주 한상은(48)씨는 "2주 전부터 하루에 문의 전화만 20여통이 걸려오지만, 이미 한 달 전 방이 다 예약돼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애견호텔도 열흘간의 추석 연휴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추석 연휴인 지난 3일부터 오는 6일까지 24개 방의 예약은 한 달 전에 모두 끝났다.
애견호텔을 3년째 운영하는 김건민(35)씨는 "황금연휴를 맞아 평소보다 2∼3배 많은 양의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면서 "여름 휴가철이나 설·추석 같은 명절에 강아지를 맡기려면 최소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상당구 가덕면의 애견호텔은 전망 좋은 전원 지역에 자리잡고 있어 대형견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1만5천원∼2만원에 풀장까지 이용할 수 있어 반려견들에게는 일종의 리조트인 셈이다.
이곳은 반려견 열 마리까지 수용하는데 추석 연휴 예약은 단골손님을 중심으로 이미 끝난 지 오래다.
2년째 애견호텔을 운영한 주인 김모(54·여)씨는 "대형견은 고향에 데리고 가기 어렵고 손이 많이 간다"면서 "비용이 비싸더라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애견호텔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어림잡아 800∼900여개로 추산되고 있는 반려동물 위탁업소들이 역대 최장의 추석 연휴를 맞아 연중 최대 성수기를 맞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