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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영상 올리고 링크 홍보까지…디스코드 '제2 박사방'

April 2, 2020 - 09:23 By Yonhap
(디스코트 캡처=연합뉴스)

900여명이 모인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디스코드(Discord)의 한 성 착취물 공유 서버(대화방). 서버에 개설된 '동영상' 채널에 들어가니 운영자가 올려놓은 불법촬영물 영상과 사진이 담긴 링크 10여개가 채팅창을 가득 메웠다.

경찰이 이른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그간 성 착취물 유통 통로가 되어온 텔레그램 등 해외 메신저와 관련한 대대적 수사에 나섰지만, 디스코드에서는 이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한 단계 진화한 형태로 성 착취물이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다.

2일 기자가 접속한 디스코드의 한 성착취물 서버에 올라온 게시물 중에는 성 착취물 제작·유포 혐의로 지난달 구속된 조주빈(24)의 텔레그램 '박사방'에 올라온 자료들도 있었다.

10초 이하의 짧은 길이와 사진·영상에 뚜렷하게 적힌 '박사'라는 워터마크를 보면 조씨가 박사방 유료회원을 모집하려고 만든 소위 '맛보기 영상'으로 추정됐다.

회원들은 운영자가 올린 영상에 "다른 영상도 있느냐", "대박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거나, 자신이 보유한 성 착취물을 덩달아 공유하기도 했다.
(디스코트 캡처=연합뉴스)

디스코드에는 박사방의 유료대화방처럼 이 같은 성 착취물을 돈을 받고 공유하는 서버도 있었다.

지난달 초 개설된 한 성 착취물 공유 디스코드 서버는 'VIP방', 'VVIP방' 등의 채널을 개설하고 이용료를 낸 이용자들에 한해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볼 수 있게 했다.

'VIP방'은 1개월에 2만원, 'VVIP방'은 1개월에 4만원어치 문화상품권을 운영자에게 보내야 이용이 가능했다. 여기에 1만원을 더 얹으면 무기한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조주빈이 텔레그램에 여러 단계의 '박사방'을 만들고, 이용자들이 낸 돈에 따라 이용 등급을 다르게 한 수법과 유사하다.

성 착취물 공유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링크를 한데 묶어 홍보하고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기도 했다. 약 7천여명이 접속한 디스코드 '홍보서버'에는 매일 자정 성 착취물 공유 서버 접속자 순위와 서버 링크가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홍보서버는 일반 커뮤니티 서버와 게임 이용자들이 모이는 서버 링크도 제공했지만, 해당 서버가 제공하는 통계에 따르면 이용자의 3분의 2가량인 4천700여명이 성 착취물 공유 서버를 이용하고 있었다.
(디스코드 캡처=연합뉴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디스코드는 텔레그램 대화방과 달리 서버 안에 여러 개의 작은 대화방인 '채널'을 만들고, 이용자들에게 등급을 부여할 수 있어 작은 인터넷 카페처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게이머들이 같이 게임을 할 사람을 찾거나 정보를 공유하려고 사용했으나 현재는 성 착취물 공유에도 악용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3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자체 모니터링과 여성단체 제보 등을 통해 텔레그램과 디스코드를 이용한 불법 음란물 유통 사례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별로 책임수사관서를 지정해 경찰청 본청은 위커(Wickr), 서울지방경찰청은 텔레그램, 경기남부경찰청은 와이어(Wire), 경기북부경찰청은 디스코드를 맡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디스코드를 비롯한 해외 소재 IT 기업들과 공조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SNS별 수사기법도 개발 중"이라며 "구체적인 수사 협조 상황은 밝힐 수 없지만, 이와 무관하게 가상화폐·문화상품권 거래 내역 분석 등으로도 추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