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 Nov. 21, 2021 - 11:14
두산의 드론용 수소 파워팩 (두산)
두산이 ‘차량용’ 수소 파워팩 개발을 공식 선언했다. 버스, 트럭 등 상용차에 탑재할 수 있는 수소 파워팩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부가 내년까지 수소버스 2천 대를 선제적으로 보급한다는 계획에 따라 현대차와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상된다.
두산퓨얼셀 고위 관계자는 21일 “육상용 수소 파워팩을 개발 예정”이며 “버스 차고지를 거점으로 수소버스, 전기버스, 충전소 조합의 토탈 패키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수소 파워팩은 전기를 자체 생산하는 일종의 발전기다. 내연기관차의 엔진 격에 해당한다. 수소탱크에서 수소를 공급하면, 연료전지가 전기를 생산하고, 전기모터가 돌아가며 차량을 구동한다.
두산의 차량용 수소 파워팩 개발은 이번이 최초다. 기존 두산은 드론 및 UAM 수소 파워팩 시장에 주력해왔다. 수소 파워팩은 배터리보다 가벼워 장시간 비행에 유리하고 충전 시간도 짧아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룹차원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두산퓨얼셀의 소형 수소 파워팩을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수소 드론에 탑재하는 등 다방면 협력이 가능하다.
두산이 차량용 수소 파워팩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수요 창출 덕분이다. 2019년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경찰버스 등 공공부문 버스를 수소버스로 전환하여 내년까지 2천 대를 도입, 2040년까지 총 4만 대를 국내에 보급하고 2만 대를 수출할 계획이다. 수소트럭의 경우 3만 대를 국내용, 9만 대를 수출용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두산은 차량용 수소팩 개발을 넘어 자체 충전 생태계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은 버스 차고지에 트라이젠(Tri-gen)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트라이젠은 천연가스를 원료로 수소, 전기, 열 3가지 에너지를 현장에서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하루 수소 220kg 생산, 급속 충전용 350~450kW 전력도 공급 가능하다. 별도 인프라 없이 수소버스와 전기버스 모두 충전할 수 있어 수소경제 초기에 가장 경제적인 충전 솔루션 중 하나로 손꼽힌다.
두산이 수소 상용차 시장에 진출을 선언하면서 현대차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소트럭의 경우, 현대차는 시장 선점을 위해 이미 주요 물류사와 협력을 맺은 상태다. 지난 9월 현대글로비스, CJ대한통운이 현대차의 10t급 수소트럭 엑시언트를 2대씩 구매한 뒤 물류 현장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달부터 쿠팡은 엑시언트 한 대를 구매해 화물 운송 실증에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까지 연 2천대 수준의 수소트럭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유럽에 2만 5천 대, 북미에 1만 2천 대, 중국 2만 7천 대 등 총 6만 대 이상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수소버스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부터 1회 충전 시 450km 주행이 가능한 수소버스 양산을 시작했으며 전주시에 1호 차를 인도하며 전국적으로 보급을 늘려가고 있다. 동시에 수소 고속버스 ‘유니버스’의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일각에선 수소버스, 수소트럭 시장에서 두산이 현대차에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가 국내 전기버스 시장을 정복하지 못한 이유는 아직 중국산 전기버스에 비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물론 두산이 직접 수소버스나 수소트럭을 생산하진 않겠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수소 파워팩을 수소차에 공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국내 전기버스 시장은 중국산 전기버스가 앞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잠식 중이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가격은 대당 4억원 안팎으로 국산 동급 모델에 비해 1억원 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전기버스 도입 물량 352대 가운데 33.2%에 달하는 117대가 중국산이다.
마찬가지로 전기버스 시장 상황이 수소버스, 수소트럭 시장에서도 반복될 수 있으며, 핵심 부품인 수소 파워팩을 보유한 두산이 외부 파트너와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해외 완성차 업체와 한국 배터리 기업이 협력하는 것과 비슷한 구도가 예상된다.
김병욱 코리아헤럴드 기자 (
kb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