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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 찍고 감성도 울린 '슬의생' OST…"숨겨진 명곡 재조명했죠"

By Yonhap
Published : May 25, 2020 - 09:21

(스튜디오마음C-연합뉴스)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 우리 처음 만난 그 날에…"

이익준(조정석)은 술기운을 빌어 신효범의 2006년 곡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를 부른다. 눈은 노래방 화면에 고정돼 있지만, 누구를 향한 노래인지는 분명하다. 옆자리 채송화(전미도)의 표정이 애틋해진다. 이십년지기 '친구'라는 이름 아래에 흐르던 익준과 송화 사이 미묘한 기류가 가장 또렷해지는 순간.

익준의 노래는 배우 전미도가 직접 부른 리메이크 버전으로 다시 이어지며 극 중 감정선에 입체감을 더한다. 전미도가 부른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22일 정오 발매된 후 멜론을 포함한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를 휩쓸며 차트 파워를 톡톡히 발휘했다.

드라마에서 음치인 송화를 연기하지만, 실제론 뮤지컬 배우로 활약해온 전미도는 이 곡에서 깨끗한 음색과 '반전 가창력'을 선보였다. 신효범 원곡이 함께 차트를 역주행하는 진풍경도 빚어졌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를 제작한 스튜디오 마음C를 이끄는 마주희 프로듀서는 "조정석씨가 '아로하'를 불렀으니 전미도씨가 이 노래를 부르면 참 훈훈하겠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본방송을 보니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들더라"고 전했다.

역시 차트 1위를 휩쓴 조정석의 '아로하'(쿨 원곡)를 비롯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삽입된 추억의 노래들은 각 에피소드의 테마 역할을 하며 화제가 됐다.  1990∼2000년대 아날로그 감성 명곡들이 주인공 5인방의 밴드 합주 신과 리메이크 버전으로 매회 등장한다.

부활의 '론리 나잇'(1997), 베이시스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1996), 이승환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1993), 이정열의 '그대 고운 내사랑'(1999), 동물원의 '시청앞 지하철역에서'(1990), 모노의 '넌 언제나'(1993) 등이 다시금 사랑받았다.

최근 전화로 만난 마주희 프로듀서는 "'숨겨진 명곡' 콘셉트도 섞여 있었다"며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기는 하지만, 새롭게 조명됐을 때 참 좋겠다 싶은 곡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드라마의 만듦새나 구성, (의학 드라마로서) 훌륭하게 잘 나온 전문성, 그리고 그 감성을 잡아주는 음악과 밴드의 적절한 조화"를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의 인기 비결로 꼽았다.

옛 명곡을 리메이크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스토리텔링과 절묘하게 보조를 맞춰 감성을 더하는 것은 신원호 PD-이우정 작가가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부터 보여준 장기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삽입곡들은 병원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서사로 풀어가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니 선곡은 거의 대본에 미리 들어 있었다고 한다. '사랑하게 될 줄 알 았어'도 그런 케이스. 이후 노래 부를 가수의 성별과 편곡 방향 등을 상의해 가창자를 선정했다.

마 프로듀서는 "옛 가요들은 가사가 좋고 스토리가 엮인 가사도 많은데, 그런 옛날 감성을 그대로 살리되 요즘 스타일을 얹는 것이 편곡 방향이었다"며 "양쪽을 다 맞추는 것에 가장 주안점을 뒀고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는 그간 선보인 노래들과 목소리 주인공들을 하나하나 꼽아가며 애정을 드러냈다.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고 한꺼번에 들으신다는 말씀을 많이 해 주시더라"며 "전곡이 고르게 인기가 있는 것 같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라고도 했다.

일례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를 부른 레드벨벳 조이는 드라마 초반 밝은 장면들에 어울리는 "맑고 밝은 이미지"를 잘 소화했다. 이소라가 부른 '바람이 부네요'는 깊이와 울림, 연륜이 있는 가수면 좋겠다는 신원호 감독 의견에 "고심을 많이 해서 섭외했다"고 마 프로듀서는 전했다.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는 풋풋했던 과거 회상신에 흐르며 청춘 시절 감성을 소환한다. "(과거와 현재) 양쪽을 아우를 수 있는 목소리를 지닌 건 역시 또 곽진언이 어서, 섭외하고 녹음을 하면서 '역시 틀리지 않았다'는 걸 느꼈죠."

'아로하'에 대해선 "(가창자가) 배우이다 보니 음원 성적이 이렇게 좋을지는 사실은 몰랐다"며 "가장 중요한 건 조정석 씨 노래를 들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뭔가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듣고 또 듣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반자카파의 '그대 고운 내사랑'이나 규현이 부른 '화려하지 않은 고백'은 애초에 이들을 염두에 두고 편곡을 한 케이스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는 '도깨비'와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감빵생활 ' 등 OST를 맡아온 마주희 프로듀서가 '스튜디오 마음C'를 설립하고 제작한 첫 OST다. 지난해부터 차트 최상위권에서 장기흥행 중인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JTBC '멜로가 체질' OST)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는 "드라마를 봤을 때 그 노래가 듣고 싶고, 그 노래를 들었을 때 드라마가 생각나는 역할을 해야 OST도 잘 된다"며 "드라마가 끝나도 사람들이 아쉬움과 여운을 OST를 들으면서 달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이제 최종화만을 남겨뒀다. 마지막 회를 장식하는 노래로는 어떤 명곡이 낙점됐을까. 마 프로듀서는 "특별한 선물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마지막 회니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기대를 부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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