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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치료센터 지정에 기숙사생 300여명 '발 동동'

By Yonhap
Published : March 4, 2020 - 08:55

(연합뉴스)


"갑자기 학숙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하면 어디로 가라고요?"


경북 안동에 사는 김모(20)씨는 대구의 한 4년제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도에서 마련한 A학숙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교내 기숙사에도 합격했지만 A학숙 생활비가 저렴하고 숙식도 제공한다는 장점 때문에 이곳을 택했다.

그러나 입사를 불과 1주일 남긴 지난 2일 A학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됨에 따라 운영을 중단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장 수백만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구해야 하는 어려움에 부닥쳤다.

김씨는 "학교 주변 자취방 보증금이 400만∼500만원인데 이 목돈을 당장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대학 근처 원룸도 일찌감치 계약을 끝낸 곳이 많아 빈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것은 알지만 이런 식으로 대안없이 통보하면 당사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경북도가 지난 3일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경증 환자를 전담하는 생활치료센터 중 하나로 B시의 A학숙을 지정하면서 입사 예정이던 학생들이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김씨처럼 A학숙에 입사 예정인 학생은 300명이 넘는다. 경북 인근 도시뿐 아니라 울릉도에서 온 학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학숙에 입사 예정인 학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불안과 걱정을 나타내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구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모(23)씨는 "에브리타임에서 입사가 안 된다는 글을 보고 부랴부랴 학숙에 문의를 했더니 '확진자가 4일 입소할 예정이니 오늘(3일) 오전 중으로 짐을 정리해달라'고 답했다"며 "당분간 자취하는 친구와 살면서 거주할 곳을 구할 계획이지만 최악의 경우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5시간이 넘는데 통학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터 캡처 (연합뉴스)


대학생 유모(23)씨도 "개강이 3월 말로 미뤄진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일단 학숙에 둔 짐을 정리해서 뺐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당황스럽기는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대구 대학생 자녀를 둔 김앙식(55·경북 구미시)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비용도 저렴하고 치안도 안전해서 학숙에 들어간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학생을 쫓아내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김씨는 "경북도에 전화해도 '모른다', '죄송하다'는 말뿐"이라며 "적어도 대비할 시간은 주고 결정을 하는 게 맞지 않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A학사 관계자는 "2일 오후 6시께 확진자가 입소하므로 학생들은 최대한 빨리 짐을 비워달라는 공지를 홈페이지를 통해 올렸다"라며 "입금한 기숙사비는 전액 환불할 예정이고 다른 기관과 협의해서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늦어도 13일까지는 대책을 마련해 학생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국가적 재난인 만큼 학생들의 양해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북도 복지건강국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병원 시설은 부족하고 환자는 급증하고 있어 지역 사회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히 내린 조치였다"며 "생활치료센터라는 개념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처음 등장했고 속전속결로 처리하다보니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개강이 이달 말로 연기됐으니 그때까지 학생들 나름대로 주거 공간을 찾아야 할 듯하다"며 "방역에 힘쓰고 경찰 배치 등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니 학생과 학부모의 양해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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