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 Oct. 8, 2019 - 09:20
돼지가 겉보기보다 지능이 높은 동물이라는 건 꽤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돼지의 지능은 IQ(지능지수)가 보통 60인 개보다 높은 75∼85 정도로, 3∼4세 아이의 지능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돼지가 '도구'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돼지가 프랑스 파리 동물원에서 도구로 땅을 파는 모습 (메러디스 루트번스타인 유튜브 캡처)
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프랑스 연구팀은 멸종 위기종인 '비사얀워티피그'라는 품종의 돼지가 나뭇가지 등의 도구를 이용해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연구해 과학저널 '포유류 생물학' 최신호에 게재했다.
연구를 이끈 프랑스 생태학자 메러디스 루트번스타인이 돼지가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처음 발견한 건 지난 2015년이었다.
당시 파리 동물원을 방문한 그는 '프리실라'라는 이름의 성체 비사얀워터피그가 코로 땅을 파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런데 처음에는 코만 쓰던 이 돼지가 갑자기 가로 10㎝, 세로 40㎝ 정도 되는 나무껍질을 물더니 땅을 파고 흙을 "꽤 빠르고 힘차게" 파내 옮기는 것이었다.
비사얀워티피그가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 [메러디스 루트번스타인 유튜브 영상] 유튜브로 보기
마치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처럼 보이는 이 행동을 보고 루트번스타인은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영장류와는 달리 손가락이 없는 돼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고, 보금자리를 만든다는 것도 전에 관측된 바 없었던 까닭이다.
흥미를 몹시 느낀 그는 연구팀을 꾸려 3년간 이 동물원을 오가며 돼지들을 면밀히 지켜봤다.
연구팀의 관찰 결과 그 우리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건 프리실라뿐만이 아니었다.
2016년에는 프리실라와 암컷 새끼들이 나뭇가지를 물고 노를 젓는 것처럼 움직여 땅을 파며 보금자리를 만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듬해인 2017년 프리실라는 나뭇가지를 물고 7차례나 땅을 파 연구팀을 놀라게 했다.
연구팀은 돼지들이 나뭇가지로 땅을 파는 것이 발굽이나 코로 파는 것보다 덜 효율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따라서 돼지들의 이런 행동이 효율성을 떠나 그저 도구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즐기기 위해 하는 행동일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다만 연구팀은 돼지들이 왜 도구를 쓰는지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려 자연스럽게 시작된 행동이라거나, 도구를 쓰는 행동이 보금자리를 만드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유가 어떻든 연구진은 인간처럼 가족 단위로 함께 사는 비사얀워터피그 가족이 서로의 행동을 보고 도구 사용법을 배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트번스타인은 "우리는 인간만이 주변 환경을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다른 동물들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