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 Aug. 16, 2019 - 09:25
걷거나 달릴 때 옷처럼 입으면 힘이 덜 들게 도와주는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이 개발됐다. 단단하고 무거운 소재 대신 옷처럼 편안하게 천으로 만들어,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기욱 중앙대 기계공학부 교수(공동 1저자)와 미국 하버드대의 코너 월시 교수(교신저자), 김진수 연구원(공동 1저자)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1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이런 '엑소수트'(Exosuit) 개발 성과를 발표했다.
엑소수트를 착용하고 걷는 모습 (Wyss Institute at Harvard University 제공)
파킨슨병이나 뇌졸중을 앓거나 수술을 받아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들은 걷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무거운 장비를 든 군인이나 소방관도 걷거나 뛰는 데 일반인보다 많은 힘을 쏟는다. 이들의 움직임을 지원하기 위해 지금껏 입는 형태의 로봇이 여럿 개발됐지만, 무게가 많이 나가는 데다 부피가 커 착용자가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기는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천과 와이어 등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해 사람의 움직임을 돕는 로봇을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엑소수트는 상체에 두르는 조끼와 허벅지에 차는 벨트를 와이어로 이은 형태다. 조끼와 벨트는 모두 천으로 만들었다.
엑소수트에 달린 와이어의 길이가 다리의 움직임에 따라 조절되며 다리에 힘이 덜 들어가게 해준다. 조끼 부분에 관성측정센서(IMU)가 있어 몸의 무게중심 변화를 파악하고 동작을 보조하는 힘을 지원해준다. 등 쪽에는 구동기(actuator)가 있어, 착용자의 다리를 보조하는 와이어를 조절해 준다.
사람이 이 수트를 입고 에너지 대사량을 측정한 결과 걸을 때는 대사량을 9.3%, 달릴 때는 4.0%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메고 있는 짐에서 6㎏ 정도를 덜어내고 움직이는 것과 유사한 효과다.
앞서 하버드대 연구진은 달리기용과 보행용 엑소수트를 2017년과 2016년 각각 개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두 가지 움직임에서 모두 쓸 수 있게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장치를 개량했다.
이기욱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은 노약자의 일상생활과 환자의 재활 훈련을 보조하고 군인과 소방관 등 특수직의 작업 효율을 높이는 데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