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야겠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저절로 힘이 났어요."
지난달 12일 태국 방콕의 한 호텔 수영장에서 물에 빠져 익사 위기에 처한 7세 아동을 불과 4세 많은 11세 초등학생이 발견해 구조했다. 서울 금천구 금나래초등학교 5학년 조연우 군이다.
16일 학교에서 만난 조군은 "그때 그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신기하다.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며 쑥스러워했다.
(조연우군 담임 교사 제공-연합뉴스)
조군은 지난달 10∼15일 태국 방콕으로 가족여행을 갔다. 여행 셋째 날인 12일 오후 4시께 호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던 조군은 물 밖에 있던 꼬마가 갑자기 사라진 것을 알아챘다.
불길한 예감에 근처로 잠수해 다가간 조군은 1.2m 깊이 수영장 물속에 빠져 있던 정모(7) 양을 발견했다.
조군은 "물 높이가 목까지 왔었다"며 "물에 빠진 아이를 두 손으로 들어 올려 물 밖으로 꺼냈고, 그때 마침 아이 어머니가 도착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양은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구조된 정양은 즉시 방콕에 있는 현지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뇌에 물이 차는 뇌부종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진 정양은 치료를 받아 위급한 상황을 넘겼다. 한국에 귀국한 정양은 지난주 완쾌됐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고 한다.
조군은 "구해야겠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며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구했을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조군의 선행은 정양의 부모가 감사 인사를 전하려고 조군의 학교에 찾아오면서 알려졌다.
정양 어머니는 "사고 당시에는 딸을 구해준 조군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딸만 보일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고,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며 "조군은 생명의 은인이고, 평생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쥬라기 월드'를 좋아하는 조군의 꿈은 고고학자다. 조군은 고고학자가 돼 공룡을 연구하고 싶다며, 가장 좋아하는 공룡은 스테고사우르스라고 말했다.
종이접기가 취미인 조군은 "종이로 공룡을 만들어 책상 위에 놔두고 보는 걸 좋아하는데, 오늘도 집에 가서 하나 만들어야겠다"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서울 금천구는 조군을 구청장 명의로 표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