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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간 꼬박꼬박 세금 낸 땅인데"…농어촌공사에 뺏길 처지

By Yonhap
Published : July 3, 2019 - 09:16
땅주인 아닌 사람과 토지 거래…법원 "20년간 문제 제기없어 공사 점유취득 인정"

한국농어촌공사가 토지 매매계약을 잘못 체결하고 개인 소유 땅을 60년 넘게 저수지 배수로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모 씨 제공-연합뉴스)


이 사실을 모른 채 60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재산세를 내온 땅 주인은 농어촌공사에 땅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법원이 20년 넘게 아무런 문제 없이 땅을 활용한 농어촌공사의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일 한국농어촌공사 충남본부에 따르면 충남 서산에 사는 강모(89) 씨와 토지 인도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연은 이렇다.

강 씨 아버지는 1959년 서산 성연면 고남리 일대 225㎡ 크기 소규모 토지를 매입했다.

1991년 이 땅을 상속받은 강 씨는 지금까지 재산세를 빠짐없이 납부했다.

5년 전부터 치매를 앓기 시작한 강 씨는 상속받은 땅들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최근 가족들이 재산세 목록에 나온 토지 12곳을 찾아보던 중 해당 토지를 농어촌공사가 불법 점유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1965년 토지개량사업을 하면서 고남리 일대에 저수지를 개발했는데, 이때부터 강 씨의 땅을 배수로로 사용해온 것이다.

강 씨와 가족들은 농어촌공사에 무단점유 중인 토지 반환을 요청했다.

그러자 농어촌공사는 1967년 해당 토지를 1만9천40원에 매입한 증거자료를 찾아내 소유권을 주장했다.



(강모 씨 제공-연합뉴스)


하지만, 문제는 땅 주인인 강씨가 토지를 판매한 적이 없다는 데 있다.

1959년 부친이 토지 매입한 것을 상속받은 이후 지금까지 토지 등기부 등본에 여전히 강 씨 것으로 돼 있다.

토지 거래 이력을 살펴본 가족들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1967년 한국농어촌공사와 거래를 한 사람은 이미 1937년에 땅을 팔아넘겨 소유권이 없는 사람이었다.

농어촌공사가 거래를 한 시기인 1967년 등기부 등본에는 이 땅의 소유가 강 씨 부친으로 돼 있다.

공사가 토지 소유권도 없는 사람과 매매계약을 체결해 땅값을 지불했던 셈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지금 같아선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60년 전 일이라 확인할 방법도 없고, 현재 기준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반환받고 싶으면 소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백한 행정착오였지만, 강 씨는 이 땅을 농어촌공사에 넘겨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토지 인도소송에서 1심 법원이 농어촌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1967년부터 농어촌공사가 땅을 점유한 뒤 20년이 넘도록 강씨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땅을 사용해온 농어촌공사의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점유취득시효는 20년 이상 소유의 목적으로 문제없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으면 권리 관계 진실을 떠나 점유 당시 권리 관계를 인정하는 제도다.

그러나 강 씨는 "농어촌공사가 소유권이 없는 사람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부터 점유가 시작됐기 때문에 통상의 점유취득시효와 다르다"며 "정상적인 점유취득시효 대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땅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 대전고법에서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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