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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동영상' 찍었을 뿐인데…파키스탄서 9명 '명예살인'

By Yonhap
Published : March 8, 2019 - 13:26
8년 전 파키스탄의 한 시골 마을에서 촬영된 결혼식 동영상 하나 때문에 9명이 이른바 '명예살인'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7일(현지시간) BBC와 파키스탄 언론은 결혼식 동영상에 얽힌 명예살인 사건을 폭로했던 아프잘 코히스타니가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전날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은 2011년 파키스탄 북부의 매우 보수적인 지역인 코히스탄에서 결혼식 동영상을 찍은 것이 발단이다.



(`명예살인`의 발단이 된 결혼식 동영상 캡처, Naila Inayat 씨의 트위터)


결혼식에서 남성 2명이 춤을 추고 여성 5명이 손뼉을 치면서 즐겁게 축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퍼진 뒤 마을 원로회의(지르가)는 동영상 속 남녀를 '명예살인'하라고 결정했다.

파키스탄에서는 해마다 1천여명이 부모의 허락 없이 결혼하거나 외도, 부적절한 의상 착용 등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명예살인'을 당하고 있으며, 희생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다.

코히스타니는 동영상 속 여성 5명이 이듬해인 2012년 5월 30일 남자 친척들로부터 명예살인을 당했다고 그해 6월 언론에 폭로했다.

코히스타니는 동영상 속 남성의 형제다.



(아프잘 코히스타니의 사망을 알린 Naila Inayat씨의 트위터)


그의 폭로로 파키스탄 대법원이 진상규명을 명령해 조사가 진행됐지만, 살인의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여성들이 살아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코히스타니와 인권운동가들은 조사 결과가 조작됐다고 반발했다.

그리고, 2013년 1월 코히스타니의 형제 3명이 살해당했다.

동영상 속 여성들의 친인척 남성 6명이 코히스타니 형제의 살인범으로 지목돼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았지만, 2017년 고등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대법원은 2018년 7월 경찰의 재수사를 지시해 여성들의 친인척 남성 5명이 추가로 구속됐다.

이들은 심문 과정에서 동영상 속 여성 중 3명이 숨졌다고 시인했다가 진술을 번복했다.

결국 동영상 속 여성 5명과 코히스타니의 형제 3명, 그리고 코히스타니 본인까지 총 9명이 '결혼 동영상' 하나 때문에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코히스타니는 살해당하기 몇 시간 전 기자들에게 살인범들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되고 있으며, 자신의 생명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의회는 2016년 명예살인 처벌 강화법을 통과시켜 명예살인을 25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근절이 안 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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