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냉동 상태로 발견된 선충이 4만2천여 년의 잠에서 깨어나 움직이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28일 과학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러시아 생물학자들은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의 토양 샘플 300여 개를 채취해 정밀분석을 했다. 이중 시베리아 북동부 콜리마 강에서 채취한 4만2천 년 전 샘플과 야쿠티아의 알라제야 강 다람쥐 굴 화석 인근에서 확보한 3만2천 년 전 샘플에서 선충 2종을 발견했다.
이 선충들은 '파나그로라미무스 데트리토파구스(Panagrolaimus detritophagus)'와 '플렉투스 파르브스(Plectus parvus)'로, 연구팀은 이를 페트리접시 배양기에 넣고 관찰했다.
선충 (사진=연합뉴스)
20도 정도 온도에서 수 주 동안 관찰한 결과, 생명 반응이 점차 나타나더니 움직이고 먹이 활동까지 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를 다세포 동물의 첫 "자연 냉동보존" 사례로, 러시아과학원 회보의 영문판격인 격주간 저널 '도클라디 바이오로지컬 사이언스(Doklady Biological Science)' 5월호에 공개했다.
선충은 약 1㎜ 길이로, 일부는 다세포 동물 중 가장 깊은 지하 1.3㎞에서도 생존이 가능하고 일부는 민달팽이 내장에서도 번식할 수 있는 등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의 냉동 상태에서 깨어난 생명체가 이 선충들이 처음은 아니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약 3만 년을 냉동 상태로 있다가 소생한 바이러스가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규명된 바도 있다.
러시아 연구팀이 공개한 선충이 어떻게 4만여 년의 동면을 깨고 소생할 수 있었는지는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규명하면 "극저온 냉동 상태를 이용한 의학이나 생물학, 우주생물학 등" 많은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결과는 그러나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수만 년 동안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병원균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재확인했다.
선충은 큰 위협이 안 되지만 박테리아나 곰팡이 동식물 등 다양한 유기체가 되살아나면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