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 Dec. 14, 2017 - 10:33
형이 있는 남성 가운데 동성애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생물학적 이유'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형이 많을수록 동성애자가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통계학적 연구결과들이 기존에 있었다. 남자아이가 커서 동성애자가 되는 비율은 약 3%지만, 형이 있으면 그 비율이 늘어나고 형이 3명 있으면 6%나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동안 그 이유를 환경(사회)적 요인 때문으로 추정해왔는데 문제는 여성의 경우엔 이런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아 수수께끼였다.
아들 수가 많을수록 어머니 몸에 태아 성적지향성에영향을 주는 항체가 많아져.[미국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앤서니 보게르트 교수팀 논문에서 캡처](사진=연합뉴스)
의학 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캐나다 브로크대학과 토론토대학, 미국하버드대학 공동연구팀은 여기엔 생물학적 이유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여성의 성염색체는 XX지만, 남성은 XY다. 그런데 아들을 임신한 어머니의 몸은 Y염색체를 이물질로 여겨 이에 대항해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그 결과 항체가 생기며 이 이것이 아이의 성적 지향에 영향을 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성적 지향성과 관련된 뇌 신경세포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Y염색체 대항 관련 단백질(항체)로는 PCDH11Y와 NLGN4Y 두 가지가 있다.
연구팀이 총 142명의 출산 경험 여성과 남성 12명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PCDH11Y수치는 남성과 여성에서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NLGN4Y 수치는 크게 차이 났다.
그러나 같은 여성이라도 딸만 둔 어머니에 비해 이성애자 아들을 둔 어머니 혈액 속 NLGN4Y 수치가 더 높았다. 또 형이 없는 동성애자 아들을 둔 어머니는 이 수치가 더 높았고, 형들이 있는 동성애자 아들을 둔 어머니의 경우엔 가장 높았다.
연구팀은 남아를 잉태하면 이 항체가 생성되고, 임신한 남아가 늘어날수록 항체가 더 많이 축적돼 태아 뇌에 영향을 주고 이것이 일정 임계점을 넘으면 나중에 동성애자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팀을 이끈 브로크대학 앤서니 보게르트 교수는 이번 연구대상자 규모가 작고 NLGN4Y가 분명한 요인임을 확정하기 위해선 추가 연구를 해야 한다면서도 이 연구결과는 형제 수 및 출생순서와 동성애자 간 상관관계를 설명해줄 중요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애의 원인과 관련해선 유전적(선천적) 요인 때문이라는 이론과 후천적인 환경·사회적 영향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맞서왔으나 동성애 유전자 발견 등 여러 과학적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유전적 소인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동성애에는 이 두 요소가 모두 작용한다는 통합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출생 이전 단계부터 동성애자가 되게 하는 생물학적 소인이 있으며, 자라면서 이를 자극하고 증폭하는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