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 Oct. 6, 2017 - 11:50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대형 세탁기로 인해 미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하면서 우려했던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발동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당장 이번 ITC의 결정으로 인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입게 될 타격을 가늠하기는 힘들다. 이번 판정은 수입 세탁기의 판매 급증으로 미국 산업 생산과 경쟁력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에 그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구제조치'(remedy)의 방법과 수준은 내달 ITC가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데, 이것이 나와야 실질적인 피해 수준과 범위가 추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 구제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다
플렉스워시 소개하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서병삼 부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구제조치란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처방이다. 관세 부과와 인상, 수입량 제한, 저율관세할당(TRQ·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인상의 수준이나 수입량 제한의 폭 등이 구체화해야 실질적인 피해 규모가 추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세탁기는 연간 물량으로는 200만대 이상, 금액으로는 10억 달러(약 1조1천4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대부분을 태국, 베트남에서 생산해 수출 중이며, LG전자는 태국, 베트남에서 약 80%를, 나머지 20%를 국내 창원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한다.
ITC가 이날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서는 세이프가드 조치 때 배제하도록 한 만큼, 삼성전자는 수출 물량 대부분이, LG전자는 동남아 수출분 전체가 세이프가드의 사정권에 들어가게 됐다.
다만 삼성·LG전자 모두 미국에 현지 공장을 건설 중이어서 세이프가드 조치가 발동되더라도 상당 부분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짓고 있는 가전공장은 내년 1월 중 가동한다는 목표여서 세이프가드 조치에 따른 충격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2019년 상반기 중에는 테네시주에 가전공장을 가동해 미국 수출분의 상당량을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더라도 생산이 안정화될 때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고, 현재 태국·베트남 등에서 생산 중인 물량은 생산량을 줄이거나 새로운 수출처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타격은 불가피하다. 세이프가드 조치는 또 미국 내 삼성·LG전자 유통망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양사는 일단 이달 19일 열릴 ITC 공청회 대응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ITC는 다음 달 구제조치 보고서 작성을 앞두고 공청회를 열 예정인데, 삼성·LG전자와 정부 당국은 우리 입장을 적극 소명할 예정이다.
삼성·LG전자는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경우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제품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면서 미국 정부를 최대한 설득할 계획이다.
삼성·LG전자는 세탁기 수출로 인해 월풀이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점도 적극 소명할 계획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세탁기뿐 아니라 다른 품목에 대해서도 언제든 비슷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세탁기 외에 냉장고나 TV 등 다른 제품으로도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