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 Aug. 20, 2017 - 11:42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외국어를 배우면 학습효과가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중국, 태국 3개국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언어 학습을 하면서 운동을 하면 단어의 암기, 기억 유지 및 이해 능력이 증진된다는 실험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운동하면 학습능력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들은 근년에 여럿 나온 바 있다. 예컨대 쳇바퀴를 돌게 한 쥐가 가만있을 때에 비해 기억 및 그 유지 능력이 향상됐다든지, 학기 중 뭔가 운동을 하는 학생들의 성적이 더 좋다는 것 등이다.
(사진=123RF)
과학자들은 신체 움직임이 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유로 운동이 뇌의 생물학적 상태, 즉 뇌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에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추정해왔다.
플라스틱처럼 (열을 가하면) 모양이 쉽게 변한다는 말에서 따온 가소성은 적응성이나 유연성으로도 번역되며 뇌세포와 그 연결망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수시로 변하는 환경에 대처해 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비타-살루테 산 라파엘대학의 심리학과 언어학 전문가인 시모네 술피치오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운동이 성인의 언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 다리(大理)대학 학생 40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영어에 대한 기초 지식은 있으나 유창함과는 거리가 먼 이들 대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책상에 그냥 앉아서, 다른 쪽은 수업 20분 전부터 수업 시간 15분 동안 내내 실내자전거를 타면서 수업하도록 했다. 자전거 페달은 여유 있는 속도(각자 최대 유산소운동능력의 60%)로 밟도록 했다.
그러면서 영어 단어 2개를 그림과 함께 비교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외우게 했다. 한 번 수업에 40개 단어를 보여준 뒤 잠시 쉬었다가 해당 그림을 보여주고 컴퓨터 키를 눌러 단어를 맞추도록 하는 시험을 2개월 동안 8차례 수업 때마다 치렀다.
또 각 단어가 사용된 문장들 가운데 어떤 것이 적절한 문맥에서 사용됐는지를 맞히는 시험도 매번 봤다.
그 결과 자전거를 타면서 수업한 그룹이 그냥 앉아서 수업한 그룹에 비해 단어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빨리 답을 맞히는 능력이 훨씬 좋았다. 또 단어가 적절하게 사용된 문장을 맞히는 시험 성적도 더 좋았다.
자전거를 타며 영어를 학습한 그룹(검은색 그래프)이 단어가 올바른 문맥으로 사용된 문장을 고르는 시험에서 사용한 평균 시간(위쪽 그림. 단위 10분의 1초)과 정답률(아래 그림. 단위 %)이 앉아서 학습한 그룹(흰 그래프)보다 뛰어났다. 또 학습과 시험 횟수를 거듭할수록 그 격차(가로축. 횟수)가 더 벌어졌다.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린 시모네 술피치오 교수팀 연구논문에서 화면 캡처]
두 그룹 간 성적 차이는 처음 몇 주 동안엔 그리 큰 차이가 없다가 이후 갈수록 커져 운동이 단순 기억뿐 아니라 이를 장기 유지하는 능력도 증진함을 시사했다.
특히 모든 수업을 마친 뒤 복습 과정 없이 8주간 배운 모든 단어의 기억력과 문장 이해력에 대한 종합시험을 치른 결과도 운동을 한 그룹이 훨씬 좋았다.
이는 젊은 대학생에게 실내자전거를 가볍게 타며 외국어를 학습도록 한 것이어서 다른 연령층에 다른 운동으로 실험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또 운동으로 인해 뇌 내부에서 학습능력을 증진하는 어떤 과정이 일어났는지를 구체적으로 규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술피치오 교수는 운동이 새로운 뇌세포 수와 뇌신경세포들 간 연결망 수를 늘려주는 뇌 속 여러 신경화학물질 분비를 촉진한다든가 이로 인해 뇌 가소성이 증진되고 학습능력이 증강된다는 등의 기존 연구결과들과 연계해서 보면 이번 실험결과는 운동이 외국어 학습능력을 증진할 수 있음을 강력 시사한다고 밝혔다. 또 학교나 교사가 교실에 실내자전거나 특별한 장비를 구입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 수업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며 적절한 신체활동과 학습의 병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