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유튜브에 한 남성이 옥상에서 개를 벽으로 세게 던지고 발로 걷어차는 영상이 올라왔다.
옆 건물 주민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이 영상은 순식간에 페이스북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져 나가며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강아지 폭행하는 애견유치원 직원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연합뉴스)
당시 경기도 부천 원미경찰서는 영상을 제보받은 동물 보호 단체의 고발과 시민 신고를 받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이 20대 남성을 불구속 입건했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동물 학대 영상이나 목격담이 SNS에 올라와 학대범을 검거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러한 제보의 역기능을 지적하는 여론도 높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 제5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동물 학대 행위를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물을 판매, 전시, 전달, 상영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할 수 없게 돼 있다.
다만 같은 법 시행규칙에 따라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에 등록된 동물 보호 단체, 언론기관은 동물 보호 의식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동물 학대 제보 영상을 게시할 수 있다.
일반인이 이러한 학대 제보 영상을 동물 보호 단체나 지자체 등에 제보하는 대신 인터넷에 멋대로 게시하면 동물보호법 위반(동물 학대)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실제 SNS상에 동물 학대 영상이 무분별하게 퍼질 경우 모방범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동물 학대 영상은 보통 논란이 커질수록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다. SNS의 특성상 조회 수가 높은 계정의 광고 수익을 많이 책정하기에 모방범죄를 부추길 요인이 충분하다.
지난해 10월 경남 거창에서는 살아있는 오리를 토막 낸 뒤 강아지에게 먹이는 장면을 촬영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2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됐다.
그는 자신이 올린 영상이 물의를 빚자 1시간 만에 이를 삭제했지만, 누리꾼들이 이 영상을 캡처해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뜨리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그는 경찰 조사에서 "SNS에 학대 영상을 올려서 인기를 끌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폭력성이 짙은 학대 영상을 공유하다 보면 특히 어린 청소년들의 모방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며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의 경우 조회 수가 높아질수록 광고 수익이 늘어 비슷한 영상을 재차 게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아무런 상황이나 맥락 없이 게시된 동물 학대 영상은 자칫 무고한 시민을 학대범으로 몰아갈 '마녀 사냥'의 위험성도 있다.
강아지가 차 트렁크에 걸린 목줄에 매달린 채 끌려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에는 강아지를 차량 트렁크에 매달고 달리는 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산 뒤 경찰에 입건된 운전자가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 영상은 해당 차량을 뒤따라 가던 한 운전자가 촬영한 뒤 SNS에 올리면서 동물 학대 논란을 일으켰지만, 경찰이 조사 끝에 학대의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자 오히려 영상 유포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22일 "SNS에는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영상이 떠돌면서 '퍼 나르기' 식으로 무작정 유포된다"며 사건의 확실한 진위가 판단되기 전까지는 동물 보호 단체나 사법기관에 우선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