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 Dec. 12, 2016 - 10:09
미국 애플의 한국법인인 애플코리아가 올해 국내 시장에서 8천억원대의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코리아는 아이폰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2009년께 조직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한 후 실적, 법인세 납부 내역 등 주요 사업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들은 천문학적인 이익을 비밀로 한 채 고용 창출과 투자에 인색하고 소비자들에게까지 고자세를 보인다며 애플코리아를 비판한다.
◇ "아이폰 290만대 팔았다면 전체 영업익 8천억원대"
아이폰 이미지 컷 (사진=연합뉴스)
올해 아이폰 판매량을 바탕으로 역산한 애플코리아의 매출은 3조원대, 영업이익은 8천억원대로 추정된다. 웬만한 국내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치다.
12일 이동통신 3사 등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국내 시장에서 아이폰을 약 260만대 판매했다. 연말까지 누적 판매량은 29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연간 2천만대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15%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애플이 이통사에 공급하는 아이폰 평균 가격은 출고가보다 10∼15% 낮은 약 80만원이다. 즉 애플코리아는 올해 아이폰 판매로만 2조3천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아이폰 매출은 애플코리아 전체 매출의 약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준 매출 비중 63.4%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나머지 맥북, 아이패드, 아이팟, 애플워치 등의 비중이 해외보다 낮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이폰 매출 비중을 토대로 추산한 애플코리아의 전체 매출은 3조933억원에 이른다. 2016회계연도(2015년 10월 초∼2016년 9월 말) 글로벌 영업이익률 27.8%를 대입하면 영업이익은 8천599억원이다.
애플코리아가 주식회사로서 마지막으로 감사보고서를 낸 2009회계연도와 비교하면 매출은 17배, 영업이익은 150배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코리아는 최근 직원 수를 다소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정규직 직원은 2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이 40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는 1억4천여만원에 그치는 국내 100대 대기업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의 약 30배 수준이다.
애플코리아는 유한회사로 전환한 후 정확한 실적을 공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애플코리아 측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등에 관한 질의에 "답변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애플코리아는 유한회사 지위를 가진 덕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주식회사와 달리 유한회사는 외부 감사를 받을 의무가 없고 감사보고서 제출 대상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이다.
1998년 11월 설립된 이 회사는 2009년 1월 애플컴퓨터코리아 주식회사에서 애플컴퓨터코리아 유한회사로 탈바꿈했고, 그해 11월 애플코리아 유한회사로 한 번 더 사명을 변경해 현재에 이르렀다.
조직과 사명 변경은 애플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기 시작한 계기인 아이폰3GS 시판을 불과 나흘 앞두고 완료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애플이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앞서 정보 공개를 원천 차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애플코리아는 실적을 비롯해 법인세 납부 내역, 기부 내역 등을 철저히 비밀로 한다. 이익에 상응하는 세금이나 기여를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수차례 제기됐으나 애플코리아는 폐쇄적인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애플코리아는 이처럼 회계 투명성이 미흡할 뿐 아니라 국내에서 거두는 막대한 이익에 견주어 고용과 투자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더구나 충성스러운 소비자들에게마저 불친절하다. 애플코리아는 지난달 20일 아이폰6s 불량 배터리의 무상 교환 프로그램을 한국 웹페이지에서 영문으로만 공지해 빈축을 샀다가 나흘만에 한국어 공지문으로 교체했다.
애플코리아와 같은 유한회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9월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은 이와 관련,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리면서도 고용과 투자, 고객 서비스에 모두 인색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과의 조세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해 법인세법 등 관련 세법 등을 신속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애플코리아는 최근 대표이사를 더글러스 벡(Douglas Beck)에서 다니엘 디시코(Daniel DiCicco)로 5년 만에 전격 교체했다. 디시코는 2010년께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대표를 지낸 마케팅 전문가로 전해졌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애플코리아가 등기이사 교체를 계기로 시장 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국내 소비자들도 점차 등을 돌려 지금까지처럼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Yonh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