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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트럼프, 포스트이데올로기 시대 열고 있다"

By 박세환
Published : Dec. 6, 2016 - 09:35
제45대 미국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인사나 정책이 이데올로기가 중요하지 않은 '포스트이데올로기적'(postideological)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이데올로기적인 경향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5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어떤 면에서는 포퓰리즘적인 아웃사이더 캠프 이미지를 여전히 좇아가는 가하면 다른 면에서는 평범한 보수주의자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며, 발탁 인사 중에는 공화당의 표준에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민주당 소속 대통령 당선인이 좋아할 스타일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캠프의 여론조사요원이었던 토니 파브리지오는 지난 주 하버드대 콘퍼런스에서 "전통적인 이데올로기의 렌즈로 트럼프를 볼 수는 없다"면서 "트럼프는 포스트이데올로기적이다. 많은 면에서 이데올로기를 초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존의 이데올로기로 해석하기 어려운 면은 이미 선거 결과에서 나타났다.

트럼프는 민주당의 지지자였던 블루칼라의 표에 힘입어 당선됐으며, 반대로 공화당 편이었던 경영계에서는 많은 표를 얻지 못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도 정통 민주당 정책과 거리가 있는 버니 샌더스의 자유주의 시각을 받아들이는 등 기존 이데올로기의 틀에서 벗어났다.

당선 이후에 트럼프가 보여주는 인선도 기존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인종차별주의 논란을 빚는 스티브 배넌을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고문으로 지명한 것은 포퓰리즘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됐다.

마이크 폼페오(캔사스) 하원의원을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제프 세션스(앨라배마) 상원의원을 법무장관에 각각 발탁한 것은 비관행적이다. 폼페오는 '코흐 인더스트리'를 위해 총대를 멘 적이 있으며, 세션스는 인종차별주의적인 발언으로 과거에 연방 지방법원 판사로 지명되지 못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티븐 므누신을 재무장관에 고른 것은 대세를 따른 것이다. 과거 대통령들은 소속 정당에 상관없이 월스트리트 배경을 가진 인사를 재무장관에 기용하는 것을 선호했다.

정부에 얼마만한 권한을 부여하는 지에 대해서도 내각 멤버들의 생각이 다르다.

부통령 당선인인 마이크 펜스와 보건복지부 장관에 뽑힌 톰 프라이스는 정통 이데올로기를 가진 보수주의자로 정부의 지나친 권한을 경계한다. 하지만 상무장관에 뽑힌 윌버 로스는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의 힘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트럼프 역시 오바마케어 폐지를 정책 최우선 순위에 둔 것을 보면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에어컨제조업체인 캐리어의 공장 이전을 막은 것은 정부의 힘을 고전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정통 보수주의 안보론자들은 트럼프의 외교정책에 대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또는 당선인으로서 37년 만에 대만 총통과 통화한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밀해 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경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의 인선이나 정책이 평범하지 않다"면서 "트럼프의 이데올로기가 있다면 중국이든 기업경영자든 간에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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