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동안 기다리다 바로 시작했습니다!'
포켓몬스터 캐릭터의 본고장인 일본에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 서비스가 22일 시작되자 포켓몬스터 마니아들은 반색하며 게임 속 현실로 뛰어들었다.
22일 일본 도쿄도(東京都) 시부야(澁谷)구 소재 시부야역 방문자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며 포켓몬 고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자도 이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플레이스토어에 접속해 바로 포켓몬 고 일본어 버전을 설치할 수 있었다.
GPS를 이용한 위치정보 활용과 애플리케이션의 카메라 작동 등 몇 가지 권한에 동의하고 계정을 만드니 바로 게임이 시작됐다.
가상현실을 탐험하는 캐릭터(포켓몬스터 트레이너)의 헤어스타일, 눈 색깔, 모자 종류, 복장, 배낭 등을 고를 수 있게 하는 등 이용자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 여러 설정이 돋보였다.
간단한 안내를 거친 후 스마트폰을 들고 길을 나서니 일대의 건물이 가상현실 속에 단순화해 등장했다.
구글 지도와는 다소 다른 화면이고 GPS의 위치 파악이 다소 정밀하지 못한 것 같았지만, 곳곳에 세워진 '포켓스톱' 표지판을 클릭하자 해당 장소의 실제 사진이 나타나는 등 나름대로 현실감을 부여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었다.
포켓스톱 주변을 살피다 '폿포'라는 이름의 새처럼 생긴 포켓몬스터를 발견하자 게임화면은 갑자기 현실로 변신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저절로 작동하며 게임 속의 가상 공간 배경이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실제 화면으로 바뀐 것이다.
포켓몬스터가 현실 공간으로 나온 것 같았다.
'몬스터볼'을 몇 번 던진 끝에 폿포를 포획할 수 있었다.
이는 게임에서의 레벨 상향을 하는 등 실적을 내기 위한 토대가 된다.
젊은층 유동인구가 특히 많은 도쿄도(東京都) 시부야(澁谷)구의 시부야역 인근에 가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와중에 포켓몬 사냥에 나선 이들은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젊은 이용자들은 대체로 새로운 형태의 게임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대학생 아라이 스즈카(22·여) 씨는 포켓몬스터를 좋아해서 1주일 전부터 출시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친구의 연락을 받고 바로 설치해서 열차를 타고 오는 동안 여기저기서 포켓몬스터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을 시작한 지 1∼2시간 사이에 레벨 5에 도달해 포켓몬스터 실력을 겨루는 장소인 '포켓몬 체육관'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레벨 2인 기자가 포켓몬 체육관을 탭 하자 "너는 아직 포켓몬스터 트레이너로서의 경험이 부족한 것 같다"며 "레벨 5가 된 다음에 오라"는 거절 메시지가 나왔다.
이토(20)라고 성씨를 밝힌 대학생은 "집에서 역까지 걸어가는 동안 포켓몬 고를 하다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하고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며 게임이 안겨준 즐거움을 설명했다.
점심시간 전후로는 포켓몬에 뛰어든 직장인도 만날 수 있었다.
도쿄도 미나토(港)구의 사무실 밀집지구인 신바시(新橋)역 인근에서 기자와 만난 회사원 요시노 신고(42) 씨는 "전혀 흥미가 없었는데 역시 다들 하고 있으니 해보고 싶다고 느꼈다"며 "빨리 레벨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포켓몬 체육관'으로 지정된 맥도날드에 들어가 점원에게 아이템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우리는 전혀 아는 것이 없다. 닌텐도에 물어봐야 하는 것 같다"고 반응했다.
(123rf)
몇 차례 시도를 해보니 아이템은 맥도날드 매장에 접근하면 게임 화면 속에서 받을 수 있게 돼 있었다.매장에서 실제로 음식을 사는 것과는 관계없이 포켓몬 고 이용자가 맥도날드 매장 근처로 오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
근처에서는 직장인으로 보이는 성인 3명이 스마트폰 화면을 같이 들여다보다가 포켓몬 포획에 성공하자 환호하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먼저 출시된 미국 등에서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은 탓인지 포켓몬 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꽤 있었다.
도쿄도에 있는 조후(調布)제5중학교의 다시로 가즈마사(田代和正) 교장은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을 학생들이 사용하면서 이를 이용한 개인정보 유출이나 집단 괴롭힘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거론하며 포켓몬 고 때문에 새로운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다.
다시로 교장은 "결국 미국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났다"며 포켓몬 고 서비스 개시로 "앞날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며 여기에는 닌텐도의 책임도 크다"고 연합뉴스에 의견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82세 남성은 포켓몬 고 서비스 개시에 대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젊은이들이 점점 바보가 돼 간다"며 "게임에 몰입하기보다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포켓몬 고 자체에 대한 판단은 별개로 하더라도 포켓몬 고의 등장에 따라 걸어 다니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들이 더 늘어나고 이로 인해 적지 않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시부야역 인근에서는 포켓몬 고를 하면서 차도를 건너거나 이어폰까지 착용하고 게임에 몰입하는 젊은이들도 볼 수 있었다.
포켓몬 고 서비스 개시 전에도 지도를 보거나 메신저 등을 사용하느라 걸어 다니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사고 가능성을 키운다는 지적은 있었다.
이토 씨는 "게임을 하느라 차에 부딪히는 일이 있을 것 같기는 하다"며 이용자 개인이 조심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반응했다.
일본 정부는 포켓몬 고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위험한 장소에 가지 말고 개인정보 유출에 주의하라는 것을 포함해 9가지 주의사항을 담은 홍보물을 20일 공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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