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이하 청년위)'가 국내 업체들의 부적절한 인턴 채용 문제점을 지적해놓고 정작 내부 인턴 채용과정에서 이를 실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비정규직 청년 노동단체인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청년위는 지난해 11월4일 '청년위 청년인턴(정책개발) 채용 공고'를 냈다.
청년위가 운영하는 '2030 정책참여단'의 운영 보조와 청년정책 관련 행사 기획·운영 보조, 실무추진단 업무 보조 등을 담당할 인턴 1명을 뽑겠다는 공고였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작년 11일 4일 낸 '청년위 청년인턴 채용 공고'의 일부 (Yonhap)
하지만 이 공고에 들어간 세부 정보는 청년위가 불과 13일 전인 10월22일 국내 200대 기업 및 공공기관의 인턴 채용 공고 267건의 문제점을 분석하고서 바람직한 '인턴 채용 공고 예시'로 제안한 것과는 전혀 딴판이라는 게 청년유니온의 지적이다.
청년위의 공고에는 본사인지 지역인지 정확한 근무지를 명시하도록 한 '근무장소' 조항이 아예 없었다. 근무시간도 '09:00∼18:00'처럼 정확한 시간을 명시하라고 권고해 놓고서 '주 5일, 1일 8시간'이라고만 표시해 놓았다.
특히 채용할 인턴의 신분을 '공무원의 사무를 보조하는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라고 규정하고 '계약기간 만료 후 고용관계가 소멸되는 기간제 근로자'라는 근로 계약상 지위를 설명해놓았을 뿐 구직 청년들이 가장 관심 있는 정규직 채용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바람직한 인턴채용 공고 예시에는 정규직 전환형 채용 우대형 채용과 관계없음 가운데 하나를 반드시 표기하게 돼 있고, '채용과 관계없음'을 표기할 경우 인턴 경험을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명시하게 돼 있다.
청년위는 바람직한 인턴채용 공고를 국내 기업·공공기관에 알려 협조를 요청했지만 결과적으로 스스로 제시한 기준을 2주도 안 돼 어긴 셈이 됐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청년위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서 인턴 문제 해결에 모범이 돼야 하지만 스스로 제시한 기준조차 지키지 않아 누가 누구에게 협조를 요청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청년유니온은 또 청년위가 온라인 홍보(블로그·페이스북 운영지원) 직무로 인턴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2014년 5월과 지난해 1월·7월, 올해 1월 등 최근 2년간 6개월에 한 번꼴로 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사실상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인데도 6개월짜리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를 '청년인턴' 이름으로 고용한 것"이라면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2014년 한 해 청년위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10명 중 정규직(공무원)으로 전환된 이는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년위 관계자는 "근무지는 서울 광화문 한 곳이라 따로 표기를 안 했고 근무 시간을 정확히 표기하지 않았던 것은 유연 근무제를 시행하기 때문"이라며 "공무원의 경우 정규직 채용은 시험을 봐야 가능하기에 할 수가 없어 적지 않았던 것으로 향후 공고에는 이러한 내용을 정확히 기재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6개월에 한 번꼴로 같은 직무에 공고를 낸 데 대해서는 "인턴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뒀기에 공고를 냈다"며 "청년위는 시행령에 근거해 설치된 조직으로 정규직 정원을 늘릴 수 없지만, 상시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월급이 2배 많은 기간제 근로자인 연구원으로 뽑고 있고 향후 확대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