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hap)
최근 자녀를 끔찍하게 살해하는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가 '미성년 자녀 보호와 권익 강화'를 위한 가사소송법 전면 개정안을 오는 9월 내놓기로 했다.
개정 법안은 아동을 학대한 '자격 없는 부모'의 권리를 박탈하고 벌칙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피해 자녀가 부모의 친권 상실을 직접 요구하고, 가사재판에서 자녀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 2월부터 가사소송법 개정위원회를 구성해 가사소송법 전면개정안을 막바지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2년 간의 논의 끝에 초안을 만들어 작년 2월 법무부로 넘기고 입법을 의뢰했다.
가사소송법은 1961년 제정된 인사소송법과 1963년 제정된 가사심판법이 폐지되면서 1991년에 제정·시행됐다.
그러나 가사사건 관계인의 권리 보장이 미흡하고 사회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대대적인 손질이 추진됐다. 올해 확정되면 25년만의 전면개정이다.
법무부 가사소송법 개정위원회는 최금숙 이화여대 로스쿨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7명의 판사, 변호사, 대학교수 출신 위원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9월까지 논의를 거쳐 개정안을 완성할 계획이다.
법무부와 법조계에 따르면 위원회는 '미성년 자녀의 권익 보호'와 관련한 부분에 논의를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권자의 지정과 친권 행사 및 상실, 자녀 양육과 미성년 자녀의 인도 청구, 자녀 양육에 관한 처분, 자녀 면접교섭을 돕는 보조인 도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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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는 기존 가사소송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자녀의 '소송능력' 조항을 신설해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미성년 자녀가 직접 부모를 상대로 친권 상실이나 정지 등 가사소송을 청구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미성년 자녀가 가사재판의 당사자나 이해관계인인 경우 법원이 의무적으로 해당 자녀의 진술을 듣는 방안도 검토된다.
평택 신원영군 사건처럼 이혼한 아버지나 어머니 가운데 한쪽이 상대방의 면접교섭을 멋대로 제한해 자녀를 만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를 막을 장치도 검토 중이다.
이는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직권이나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일정 기간을 정해 '면접교섭 보조인'을 두는 제도다.
면접교섭의 '자녀를 반드시 만나도록 해주라'는 식의 강제집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제3자'를 통해 양측의 '감정싸움' 없이도 자녀와 원활히 만나도록 하자는 취지다.
모든 가사재판 과정에서 미성년 자녀의 의사를 파악하고 돕는 '절차보조인' 제도의 도입도 논의 중이다. 기존 가사조사관 제도를 활용해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 역시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육비와 관련해선 정당한 이유 없이 지급을 거부하거나 미루는 부모의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는 양육비 지급을 30일 이상 지연하는 경우 해당 부모를 감치하는 방안이다. 현행 법은 3개월 간 내지 않는 경우라야 법원이 부모를 감치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들은 이혼한 부모 일방의 양육비 지급은 미성년 자녀의 성장과 생존에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양육비 지급 의무를 다하지 않는 부모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25년만의 전면개정인 만큼 가사소송 제도 전반에 걸쳐 방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특히 미성년 자녀의 권익 강화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절차를 심도있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