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hap)
지난해 말 태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여행객 이모(당시 23)씨 살인사건은 보험금을 노리고 치밀하게 준비한 청부살인으로 드러났다. 3억원에 달하는 여행자보험금을 가로채려 이씨의 옛 여자친구가 태국으로 유인해 공범들이 이씨를 살해한 뒤 이를 강도 사건으로 위장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씨를 태국으로 유인해 살해한 혐의로 유흥업소 업주 박모(35)씨, 박씨와 내연관계인 조모(22·여)씨 그리고 태국 마사지 여성 알선책 박모(34)·김모(23)씨 등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이 인터폴을 통해 태국 경찰과 공조 수사한 결과, 작년 12월12일 오후 6시께 태국 차이야품주 반딴읍 람캄행대학교 인근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씨 사건은 보험금을 노린 박씨 일당에 의한 계획적 살인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속칭 '바지사장' 등을 내세워 10여개의 유흥주점과 마시지업소를 운영하는 박씨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쉽게 큰돈을 벌 생각으로 보험을 떠올리고 범행을 계획했다.
박씨는 2013년 자신이 운영하는 마사지 업소에 불이 났을 때 화재보험금으로 4천800만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 해외여행자가 외국에서 사망하면 거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 수사기관의 추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박씨는 동거녀 조씨와 범행을 공모했다.
수년 전 유흥업소 업주와 종업원 관계로 만나 박씨의 일을 봐주던 조씨는 과거 2년여간 사귀었던 이씨를 범행 대상으로 떠올렸다. 조씨는 이씨에게 "태국에 가서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기로 한 여성을 여자친구로 위장해 한국으로 데리고 오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꾀었고, 이씨는 휴가를 내고 태국으로 향했다.
조씨는 이씨의 왕복항공권을 준비하면서 사망 시 3억원을 지급받는 여행자보험에도 가입했다. 보험금 수령자는 조씨로 지정했다.
작년 12월 11일 태국 방콕에 도착한 이씨는 공항에서 알선책 박씨와 김씨를 만나 렌트 차량을 타고 방콕에서 300여㎞ 떨어진 반딴읍으로 향했다. 그러나 한국의 마사지 업소에서 일할 태국 여성을 국내로 보내는 역할을 하던 두 사람은 한국에 있는 박씨로부터 "이씨를 죽이면 큰 것 한장(1억원)씩 챙겨주겠다"라는 제안을 받고 수락한 상태였다.
반딴읍에 있는 람캄행대 인근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공터에 차를 세우고 이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흉기로 찔러 강도 살인으로 위장한뒤 인근 배수로에 시신을 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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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경찰은 이씨 소지품에서 발견된 여권을 토대로 한국 경찰과 공조수사를 폈다. 우리 경찰은 국제범죄수사대와 인터폴 팀 등 3명을 현지로 급파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여행자보험금 수령인이 조씨로 돼 있는 것을 단서로 태국 경찰로부터 건네받은 현지 공항 폐쇄회로(CC)TV 영상, 렌트카 업체의 GPS 기록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였다.
통신수사 등을 통해 범인들이 국내로 들어와 도피한 것을 확인한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16일 이씨를 살해한 4명을 모두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태국 외딴 지역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지만, 현지 공관과 태국 경찰의 적극적인 정보 공유로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었다"며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에도 공조수사를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