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 Feb. 22, 2016 - 16:55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제조업의 물적 노동생산성 지수는 96.7로 전년 같은 기간(99.4)보다 2.7% 떨어졌다.
지난해 연간 노동생산성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90.8)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을 것이 확실시된다.
물적 노동생산성은 투입 노동량(상용근로자 수×근로시간)에 대한 산출량의 비율로, 제조업 생산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노동생산성이 낮아진다는 것은 근로자가 10시간 일해 100원을 벌다가 똑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80원을 버는 것처럼 투입 노동량 대비 산출량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2011년 102.5였던 제조업 노동생산성 지수는 2012년 102.2(-0.4%), 2013년 100.8(-1.3%), 2014년 99.3(-1.6%) 등 4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성 하락폭도 계속해서 커지는 추세다.
노동생산성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 경기에 한파가 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생산성이 높은 업종인 철강, 화학, 조선업이 저유가와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몇 년째 고전하고 있다.
(연합)
지난해 광공업 생산은 200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74.2%)은 1998년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수출을 떠받치던 전자제품 업종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8% 줄어든 118억6천만 달러로, 1월 수출액으로는 2012년 이후 최소치다.
이런 상황에서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고용 규모가 유지되면서 생산성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경기가 나쁜 업종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제조업 전체 생산성도 악화되고 있다"며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 노동력이 경기가 나쁜 업종에서 괜찮은 업종으로 원활히 움직일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부가가치 제조업 위주로 근로자가 늘어나는 등 일자리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는 점도 생산성 하락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노동생산성 둔화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면 생산성 하락 추세가 고착되면서 장기적 성장세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5년간 제조업 영업이익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는데도 주력 수출 품목에 변화가 없는 점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나선 상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어떤 산업이 클 것인가 예측해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규제를 풀거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제조업이 다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