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 Nov. 9, 2015 - 09:31
시리아 내전으로 올해 지구촌에서 난민·이민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난민·이민이 유입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역대 최대 난민 유입으로 노동력 공급이 늘어나 경제성장률이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유럽 곳곳에서는 난민이나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데 대한 저항이 크다.
◇ 난민 유입,경제성장에 도움되나
9일 유럽연합(EU)은 유럽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작년부터 이어진 역대 최대 난민유입이 EU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2017년 EU 전체의 국내총생산(GDP)을 0.2∼0.3% 증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U 지역에는 올 들어 시리아 등으로부터 80만명 이상의 난민과 이민자가 들어왔다. 작년부터 내년까지 EU로의 이민·난민자 수는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EU인구를 최대 0.4%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특히 최대난민 유입국인 독일의 올해 GDP가 0.2%, 내년에 0.4%, 2020년에는 0.7%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U는 독일이 올해 70만명, 내년에 53만명, 2017년에 25만5천명의 난민이 유입될 것으로 가정했으며, 이로 인해 독일 인구는 1.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난민들에 대한 극우세력의 폭력과 증오범죄가 급증해 사회갈등도 만만치 않다.
독일 일간 디벨트에 따르면 연방범죄수사국(BKA)은 올해 들어 최근까지 난민 신청 처리를 맡는 난민센터를 대상으로 한 공격 행위가 방화 53차례를 비롯해 모두 104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작년에 28건이 발생한 데 비하면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또 난민 거주지 건설에 반대하며 기물 등 시설물을 파괴하고 폭력을 선동한 범죄도 올들어 630여 차례에 달한다.
◇ 韓 생산가능인구 2017년부터 감소…"난민이민 유입 필요"
독일이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를 감안한 것이다. 독일의 전체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현재 61%에서 2030년에는 54%까지 내려간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연금생활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Yonhap)
한국도 당장 2017년부터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된다. 이 인구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에 진입하는 2020년부터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국도 난민·이민 유입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작년 한국 난민심사종료자 대비 난민 인정자 비율은 4.26%로 일본(0.26%) 보다는 많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의 전체인구 대비 2013년에 유입된 이민자수 비중은 0.13%로 일본(0.04%)보다는 많지만 역시 OECD 꼴찌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에 들어오는 난민과 이민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난민 인정자수는 작년에 94명으로 전년의 57명에 비해 64% 급증했다. 아울러 전체 인구 중 외국 태생 인구의 비중은 2000년 0.44%에서 2013년 1.96%로 올라가 비교대상 OECD국가들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주노동자방송(MMTV) 박수현 공동대표는 "세계화 시대라고 하면서도 우리 사회는 이민자나 난민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면서 "특히 제3세계나 우리보다 어려운 국가로부터 오는 이주민에 대해서는 굉장히 폐쇄적"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공존'의 차규근 변호사는 "청년실업률이 높고 고용불안이 있다 보니 우리도 어려운데 왜 외국에서 사람을 들여와 일자리 경쟁을 격화시키느냐는 심리적 저항, 사회적 불안을 무시하면 안된다"면서 "사회적 논의와 토론, 설득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주민 3분의 1은 빈곤…"교육·직업훈련 조기에 지원해야"
이민자나 난민 등 이주민을 받아들인 뒤에도 정부가 조기에 제대로 통합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
이주민이 교육과 직업훈련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게 지원해 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초반에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고 2∼3세대에 가서 통합하려면 비용이 몇 배로 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 국제이주 전망'에 따르면 OECD 회원국 내에서 이민자나 난민 등 이주민의 빈곤율은 2006년 27%에서 2012년 29%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원주민의 빈곤율이 15.7%에서 15.3%로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주민의 빈곤율은 그리스에서 45%까지 치솟았으며, 이탈리아와 미국, 핀란드, 벨기에, 스페인에서는 35%를 넘어섰다.
이주민의 가난은 일해도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OECD 회원국 내에서 취업한 이주민의 빈곤율은 2006년 15%에서 2012년 17%로 상승했다.
이주민이 겪는 가난은 먼 얘기가 아니다. 한국에서 OECD 국가로 떠난 이주민은 연간 7만명선이었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행 이주민을 배출한 상위 50개 국가 중 20위를 차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07년에 7만2천명에서 2009년 7만9천명으로 늘어났다가 2011년 7만1천명, 2012년 7만명, 2013년 7만2천명을 각각 기록했다.
한국 출신 이주민은 호주와 캐나다, 미국 등 영미권을 선호했으며, 일본으로도 많이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