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조직들이 활개를 치는 멕시코 서부 미초아칸 주의 한 도시에서 무장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숨진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다.
화제의 인물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에 좌파진영인 '전국부흥운동'(MORENA)의 후보로 미초아칸 유레콰로 시장 선거에 출마한 엔리케 에르난데스다.
멕시코 중간선거에 서부 미초아칸 주 유레콰로 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괴한의 총격을 받고 피살됐으나 7일 치러진 투표에서 당선된 엔리케 에르난데스 후보.(출처=Millenio)
피살됐지만 후보자로 인정돼 투표용지에 사진과 얼굴이 남아있었던 그는 7일 시행한 투표에서 40%를 득표해 경쟁 후보를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고 현지 언론 등이 10일 보도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달 14일 시내에서 가족과 함께 선거 유세를 하던 중 무장한 괴한들이 트럭을 타고 접근해 난사한 총에 맞아 숨졌다.
지역 선거위원회는 2위 득표자를 실제 당선자로 인정할지 여부 등에 대해 논의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살해된 배경에 대해 경쟁 후보들의 청부, 지역 갱단과의 불협화음 등 숱한 추측들이 난무하지만 해결되거나 범인이 검거됐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MORENA는 좌파 성향의 야당 민주혁명당(PRD) 소속이었던 정치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현 대통령에게 두 번째 대선 패배의 쓴맛을 본 뒤 탈당해서 결성했다.
2012년 7월 치러진 대선에서 또 다른 야당이었던 제도개혁당(PRI)을 대표한 페냐 니에토 당시 후보에 6.6%포인트 차이로 패한 그는 상대방이 금품을 살포해 표를 매수하고 선거비용은 법정 한도를 초과했다면서 투표결과 무효 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MORENA는 멕시코의 중심인 연방구에서 약진한 것으로 평가됐다.
MORENA는 연방구의 16개 자치구 가운데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비중을 차지하는 콰우테목 등 5개 구의 구청장 자리를 석권했다.
전통적으로 PRD가 득세했던 연방구의 구청장 자리는 PRD 소속이었던 오브라도르가 이끈 MORENA에 텃밭을 내준 셈이라고 현지 신문들은 분석했다.
한편, 이번 선거는 선거 운동 전후로 괴한들의 총격으로 숨진 연방하원 및 시 의원, 시장 후보만 8명이고 이들을 포함해 피살된 선거 관계자가 20명 안팎에 이를 정도로 최악의 치안 상황에서 치러졌다.
그러나 투표율은 48%로 역대 중간선거 평균치를 훨씬 웃돌았고, 집권 PRI는 군소정당과의 연합으로 과반 의석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