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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을 가다…30∼40년후 폐로 목표 '장기전 모드'

By KH디지털2
Published : March 25, 2015 - 10:58


후쿠시마 제1원전 단지에 비치된 각종 중장비(EPA=연합뉴스)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대형 사고가 난지 만 4년이 경과한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기자가 24일 외신 공동취재단의 일원으로 둘러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폐로(원전 해체)까지의 장기전을 위한 '진지 구축' 작업이 한창이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말 1∼4호기의 원자로 압력용기 바닥 부분 온도 15∼20℃, 핵연료 저장 수조 온도 8∼27℃를 유지하며 이른바 '냉온정지' 상태를 달성한 뒤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의 연료를 꺼내는 폐로의 제1단계 작업을 2013년 12월부터 진행 중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원자로 내부에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를 꺼내는 작업을 시작한 뒤 완전히 폐로 하기까지 30∼40년간의 장기전을 치른다는 목표로 주요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이날 투어에 참가한 기자들에게 하루 평균 7천 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의 식당 및 휴식처가 될 '대형 휴게소'의 막바지 건설 현장을 가장 먼저 공개했다.

앞으로 1∼2개월이면 가동될 지상 9층의 대형 휴게소는 1천 2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원전에서 서쪽으로 9km 떨어진 곳에 최근 완공된 급식센터에서 하루 3천 명 분의 식사를 만들어 대형 휴게소에서 근로자들에게 제공한다. 육체노동과 함께 방사능 스트레스와 싸워야 하는 원전 근로자들은 사고 이후 열악한 현장 사정 때문에 도시락, 캔 음식 등 '찬밥'을 먹는 이중고를 겪다가 드디어 '따뜻한 밥'을 먹게 됐다고 도쿄전력 관계자들은 자랑했다. 원전 단지 안에서 직원들이 여유가 있게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장 환경이 개선된 것은 '진전'이었다.

이어 둘러본 동토차수벽(凍土遮水壁) 공사현장은 원자로 뒤 산(山) 쪽의 경우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4∼5월께 시험 동결을 앞두고 있었다. 동토차수벽은 총 1.5km에 달하는 원자로 1∼4호기 주위를 한바퀴 두르는 형태로 지하 30m 깊이까지 동결관을 촘촘히 박은 뒤 관에 염화칼슘 용액을 넣어 영하 30℃ 정도로 얼리는 고난도 프로젝트다. 동결관 주변의 땅을 얼음처럼 단단하게 굳힘으로써, 원자로 건물로 지하수가 유입돼 오염수 총량이 늘어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도쿄전력은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원자로 1호기 건물 옆에서, 우주선(線) 속 고에너지 입자인 '뮤온(뮤입자)'을 이용해 X-선 촬영과 같은 방식으로 원자로 내부를 원격 조사하는 '뮤온' 장치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도쿄전력은 최근 이 장치를 통해 1호기 원자로 내부의 핵연료가 사실상 전부 녹아내린 상태임을 확인했다.

이처럼 건설 중이거나, 현장에 설치된 폐로 관련 인프라를 보면서 사고 이후 4년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 제1원전은 응급 위기대응 체제에서 폐로로 가는 장기전 체제로 전환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가 감지한 변화 중 하나는 2년 전 참가한 외신 대상 후쿠시마 원전 투어 때 사용한 전면(全面) 마스크 대신 코와 입만 가리는 반면(半面) 마스크를 제공받은 것이었다. 4년 전 원자로 수소폭발 때 발생한 잔해를 제거하고, 잔해가 떨어져 오염된 단지내 땅을 콘크리트 등으로 덮어씌우는 작업 등이 진행되면서 원전 단지 내의 공간 방사선량이 하락함에 따라 반면 마스크만 해도 된다는 것이 도쿄전력 홍보 담당자 마쓰이 겐이치로(松井健一郞) 씨의 설명이었다.

도쿄전력 홍보 담당자는 "장기전을 치를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폐로까지 30∼4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을 정비하고, 한동안 최대의 당면 현안이 될 오염수의 생성을 줄이기 위한 시설을 갖추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날 기자들과 만난 오노 아키라(小野明) 후쿠시마 제1원전 소장은 이 장기전의 끝이 언제일지 자신있게 말하지 못했다. 폐로까지 30∼40년이 걸릴 것이라는 도쿄전력의 설명은 그야말로 목표에 불과했던 것이다.

24일 후쿠시마 제1원전 취재 도중 버스로 이동하는 외신 기자들(EPA=연합뉴스)

원자로 내부의 높은 방사선량 때문에 지금으로선 손을 쓸 수 없지만, 현재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로 미뤄 40년 안에는 원전 내부의 녹아내린 핵연료를 로봇을 통한 원격조작 방식 등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오노 소장의 막연해 보이는 기대였다. 그는 누차 "전 세계 사람들의 지혜와 기술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당면 과제인 오염수 문제도 아직은 첩첩산중이다. 지하수 바이패스(원자로 건물 방향으로 흘러가는 지하수를 사전에 퍼 올려 오염되지 않은 상태로 바다에 배출하는 방식) 장비를 만들고, 땅을 콘크리트 등으로 포장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오염수가 되는 것을 차단하는 등 필사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 300t가량의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고 도쿄전력 관계자는 전했다. 

오염수 저장공간에 한계가 있기에 도쿄전력은 대부분의 오염물질을 제거한 뒤 바다로 방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 기술로는 삼중수소(트리튬)까지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해 현지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거액의 투입한 동토 차수벽도 후쿠시마 원전 정도의 대규모 부지에서 사용된 예가 없어 효과가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오노 소장은 "원전 자체가 주는 리스크(위험)는 지난 4년간 확실히 줄었고,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고 소개한 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열차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폐로 기술의 발전을 믿는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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