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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대신 물건을 골라요" 독특한 기부웹 '코로나아작'

March 22, 2020 - 09:27 By Yonhap
(코로나아작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를 아작내자'라는 의미도 있지만 '아름다운 작은 실천'이라는 의미도 있어요."

기부자들이 돈을 보내는 게 아니라 기프트 박스에 들어갈 물건을 선택하는 '코로나아작'이라는 온라인 기부 사이트가 눈길을 끌고 있다. 품목당 100개씩 수량이 정해져 있고, 모든 금액이 모이면 기프트 박스 100개가 만들어진다. 기부자들이 부담 없이 소액 기부를 할 수 있게 한 것.

김소예(28)·유요한(28)·이나연(31)·이다혜(28)·홍은성(34)씨로 이뤄진 코로나아작팀은 지난 13일부터 모금을 시작했고, 3일만인 15일 목표했던 기부금(약 400만원)을 모았다.

기획 포인트는 기부자들이 자신의 능력으로 코로나19 관련 소외계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자기효능감'을 느끼게 하는 것.

"김 같은 품목은 하나에 천원 정도밖에 안 해요. 하지만 자신들이 기부한 돈이 실제 품목으로 드러나니 기부하는 사람들은 소액 기부라도 자기효능감을 느낄 수 있어요. 현금 천원을 기부하는 것보다는 천원어치 김을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와닿는 거죠."(이나연)

웹사이트 디자인을 담당한 김소예씨도 "기부하는 사람이 자신이 무엇을 기부하는지 최대한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페이지를 구현했어요"라고 말했다.

기부에 참여한 이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다혜씨는 "'유명인들이나 하는 줄 알았던 코로나 관련 기부를 우리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는 반응이 많았어요"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 등을 통해서 기프트 박스 포장 과정에 동참하고 싶다는 요청도 들어왔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20일 서울 은평구 갈현1, 2동 주민센터에 기프트 박스를 각각 50개씩 전달했다. 기프트 박스에는 김, 라면, 즉석밥, 손 세정제, 파스, 소독 스프레이 등 생필품과 의약품을 담았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은평구 지역 노인 100명에게 갈 물건이다.

왜 이런 생각을 한 걸까. 지난 18일 은평구 한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한 이는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에서 일하는 이다혜씨. 대학 선배이자 룸메이트인 이나연씨에게 얘기를 꺼냈더니 코로나19 여파로 이달 예정했던 결혼식을 미룬 이나연씨가 선뜻 응했고, 이어 이다혜씨의 친구인 프리랜서 웹디자이너 김소예씨, 웹개발자 유요한씨, 사회복지사 홍은성씨가 합류했다.

첫 모임은 지난 2일. 이후엔 코로나19 탓에 직접 얼굴을 맞대고 회의하는 대신 주로 일과 후에 화상 회의 프로그램 '행아웃'과 스프레드시트 등을 이용해 작업을 진행했다. 디지털 노마드(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유목민처럼 일할 수 있는 사람) 삶을 체험하겠다며 지난 1일 태국에 갔다가 코로나19 여파로 귀국하지 못한 유요한씨는 노트북 화상 회의 프로그램으로 참여했다.

첫 기부 프로젝트는 은평 지역 노인 100명으로 기부 대상을 한정했지만, 향후 확대할 생각이다.

이다혜씨는 "이번에는 처음이라 우리 동네 은평구에 한정 지었지만, 대구·경북 지역 등 코로나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계신 분이 다른 곳에도 많은 것으로 알아요"라며 "저희의 작은 실천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이 어디든 있다면 이번 플랫폼을 재정비해서 다시 진행할 예정이에요"라고 말했다. (연합뉴스)